"SMIC 말고도…" 화웨이 '반도체 생태계' 키우기
2020-07-14 15:24
1년여간 13곳 中기업 투자···반도체 국산화 '속도'
"그래핀필름부터 태양광칩까지" 거침없는 반도체 영토 확장
"그래핀필름부터 태양광칩까지" 거침없는 반도체 영토 확장
1년여간 13곳 中기업 투자···반도체 국산화 '속도'
14일 중국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화웨이가 최근 약 333만 위안(약 5억7000만원)을 투자해 쑤저우 둥웨이(東微)반도체 회사 지분 약 7%를 매입했다.
고출력 충전기용 핵심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둥웨이반도체는 그동안 외국기업 중심의 시장 구도를 타파하고 중국산 반도체 기업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엔 전기자동차 핵심소자인 전력 반도체(IGBT,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를 개발, 양산에 돌입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말엔 쭝후이신광(縱慧芯光, 버틸라이트)이라는 빅셀(VCSEL) 업체에도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빅셀은 수직표면광방출레이저의 약자로 발광다이오드 소자의 일종이다. 3D 카메라용 광학기술을 주도할 핵심 반도체다. 화웨이 5G 스마트폰 메이트30 프로에 들어간 빅셀 부품도 쭝후이신광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화웨이의 반도체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건 하보과기(哈勃科技)다. 화웨이가 100% 지분을 보유한 창업투자회사로,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4월 설립됐다.
한 반도체산업 투자 전문가는 "하보과기는 화웨이가 미·중간 무역 마찰을 겪는 가운데 설립한 업체"라며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함과 동시에 중국 토종 반도체 기업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핀필름부터 태양광칩까지" 거침없는 반도체 영토 확장
화보과기가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자본시장의 관심거리기도 하다. 화웨이의 반도체 국산화 전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보과기가 설립된지 약 1년 여간 투자한 기업만 13곳. 모두 중국 반도체 회사다. 이들은 화웨이의 국산 반도체 공급망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이중엔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중소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커촹반(科創板) 상장을 준비 중인 곳도 있다. 통신 모듈칩 제조업체인 쓰루이푸(思瑞浦, 3Peak)와 5G 기지국 건설의 핵심 부품인 유전체필터 업체 찬친과기(燦勤科技 C&Q)가 그것. 하보과기는 두 업체에 각각 7200만 위안, 1억1000만 위안씩 투자했다.
미래 신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 필름 개발 업체인 푸시커지(富烯科技, 푸시텍), 차량 탑재용 태양광 반도체 개발업체 쑤저우위타이(蘇州裕太), 인공지능(AI) 업체 선쓰카오(深思考, 아이딥와이즈) 등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이밖에 3세대 반도체 소재 탄화규소 선두기업인 산둥톈웨(山東天岳), 광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쿤유광전(鯤遊光電), 고속전송칩 설계회사 신강하이안(新港海岸, 뉴코세미) 전원 관리칩 설계회사 제화터(傑華特, 줄와트), 커넥터 생산업체 칭훙전자(慶虹電子), 표면탄성파 부품 생산업체 하오다전자(好達電子) 등에도 투자했다.
사실 화웨이 산하에도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이 있다. 여기서 화웨이 스마트폰 부품의 대부분을 만든다. 하지만 하이실리콘은 팹리스로, 개발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실제 반도체 생산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맡겨야 한다. 그동안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거의 의존해왔으나 미국의 제재로 이것마저 막히게 된 상황이다.
이에 화웨이는 최근 TSMC에 위탁한 물량을 중국 국내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SMIC, 반도체)로 돌렸다. SMIC는 중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거액을 투자하며 키우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한편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도 화웨이는 올 상반기 실적 상승세를 이뤄냈다.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4540억 위안(약 78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9.2%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