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줍줍] SMIC 선두로…중국 반도체기업 '자금조달' 열풍
2020-07-08 06:00
'IPO 대어'로 떠오른 '中반도체 자존심'
반도체 국산화 '속도'...올해만 24조원 실탄 마련
반도체 국산화 '속도'...올해만 24조원 실탄 마련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 중신궈지(中芯國際·SMIC)가 올해 중국 증시에 상장해 최대 9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 증시 사상 약 10년 만의 최대 기업공개(IPO) 규모다. SMIC뿐만이 아니다. 중국 증시에서는 올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대거 자금 조달에 나서 중국 반도체 국산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IPO 대어'로 떠오른 '中반도체 자존심'
SMIC는 지난 5일 저녁 상하이거래소를 통해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인 커촹반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혔다. SMIC는 구체적으로 주당 공모가격은 27.46위안으로, 모두 16억800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최대 530억 위안(약 9조원)이다. 앞서 예고했던 액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커촹반 사상 최대 자금조달 규모이자, 중국 증시에선 약 10년 만의 최대 'IPO 대어'다. 역대 중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조달한 건 2010년 상장한 농업은행이다. 농업은행은 당시 IPO를 통해 모두 685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SMIC IPO에 참여한 전략적 투자자 배경도 화려하다. 싱가포르투자청(GIC), 아부다비 투자청(ADIA) 등 외국 국부펀드는 물론,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와 상하이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등 중국 국영반도체 기금도 참여했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미·중간 '반도체 전쟁' 속 반도체 국산화에 열을 올리는 중국 지도부가 강력히 밀고 있는 기업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 '중국 반도체 자존심'으로도 불린다.
올 들어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 대만 반도체기업 TSMC로부터 반도체 물량 공급을 받기 어려워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대안으로 선택한 게 바로 SMIC다. SMIC 기술력이 아직 TSMC엔 못 미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거금을 투자해 SMIC를 적극 키우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현재 보유한 14나노 반도체 공정 기술을 7나노 공정 기술로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국산화 '속도'...올해만 24조 실탄 마련
SMIC 상장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국산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 중이다.중국 기업들도 이를 위한 실탄 마련에 한창이다. 중국 AI반도체 유니콘 기업인 캠브리콘테크놀로지(寒武纪科技)가 대표적이다. 캠브리콘은 올해 커촹반 상장을 통해 모두 25억 위안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7일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이 올 들어 조달하는 자금이 약 1440억 위안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조달액인 640억 위안의 2.2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 수치는 전날까지 중국 기업 공시와 언론 보도, 민간 데이터베이스 등을 토대로 집계한 것이다.
반도체 굴기를 향한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전 세계의 전자 제품 제조공장인 중국은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지만, 자급률은 10% 중반에 그친다. 첨단 반도체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 그런데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지자 자국 반도체 기업을 키우기 위해 국영 반도체 기금을 설립해 자금을 쏟아붓는 등 반도체 국산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