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떠나는 마지막 길…"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

2020-07-13 11:14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 13일 오전 서울시청서 엄수
백 교수 "지금은 애도의 시간...고인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 해도 된다"
박 시장 딸, 유가족 대표로 인사..."아버지의 빈 자리 시민이 지켜달라...다시 시민이 시장"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 진행된 13일 오전 서울시청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엄수됐다.

13일 오전 8시 서울시청에서 열린 박 시장의 영결식은 유족과 시·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해당 영상은 서울시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시에 생중계됐다.

영결식장에는 박 시장이 환하게 웃는 사진과 함께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구절이 표시됐다. 영결식장 입구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김원이 의원 등이 나와 조문객들을 맞았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에 이어 박 시장의 일생을 소개하는 추모 영상이 나오자 유족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추모곡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중 '에어'를 헌정했다.

공동 장례위원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사를 통해 "내가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거의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예법에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성찰로 시작됩니다.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역사적 행적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항상 놀라고 탄복한 것은 끊일 줄 모르고 샘솟는 당신의 창의적 발상들과 발상이 발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게 만드는 당신의 실천력과 헌신성이었습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 시장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과는 40년을 같이 살아온 친구였다"면서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인이 서울대 신입생 시절 김상진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반유신 시위에 참여했다고 학교를 떠나야 했으나,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해 "인권변호사로서 군사정권 하에서 시국사건 변론을 맡은 데 이어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척박한 시민운동의 길을 닦았다"며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시장님은 어려운 이들의 삶과 꿈을 회복하는 일에 평생 헌신했으며, 어떠한 순간에도 약자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았던 분"이라며 "약자의 삶이 존중받는 도시를 위해 수많은 갈등과 저항 속에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시고, 3180일간 올곧게 지켜온 시민의 길은 이제 대한민국의 표준이 됐다"면서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그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며 버텼을 외롭고 무서웠던 시간들의 어려움을 감히 헤아리지 못했다. 고인에게 제대로된 위로 한번 못하고 작별하려니 회한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시장님과 함께 발견한 시민 존중의 정신, 사람이 존중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회복하고자 노력했던 시장님의 정신을 과제로 삼아 흔들림없이 이어가겠다"면서 "서울시는 가보지 않은 시간을 가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의 길을 개척하라는 시장님의 마지막 요청사항을 최선을 다해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서울시청 앞 광장에 지지자들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참여연대의 오랜 후원자로 박 시장과 인연을 맺고 지지자가 된 시민 홍남숙씨는 고인의 참여연대 활동을 되새기면서 "수많은 분들의 헌신과 기여로 이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면서 "당신의 이웃이자 친구이자 팬이 되어, 당신이 보여준 삶이 있어서 작은 삶을 좀 더 크게 확장할 수 있었고 기여, 헌신, 나눔, 쓰임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4인의 조사가 끝난 후 백 명예교수, 이 대표, 서 부시장 등 공동장례위원장 3명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임채정 고문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 배진교 정의당 대표, 광역 시도지사들, 서울지역 구청장들, 시민단체 대표단, 서울시 간부들이 헌화를 했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딸 박다인씨는 추모객들과 서울시 직원들에게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아버지는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이 되었다"며 "아버지에겐 언제나 시민 한 명 한 명이 소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려한 양복뿐만 아니라 평범한 작업복을 입은 시민들의 끝없는 진심 어린 조문에 아버지가 이렇게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오세요, 시민여러분. 나에겐 시민이 최고의 시장입니다.' 그 시민들의 모습을 아버지가 정말로 기뻐하시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은 더이상 없습니다. 그 자리에 시민여러분이 계십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서울특별시장입니다"라며 흐느끼면서 "아버지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셨습니다. 서울시민이 꿈꾸던 행복한 서울, 안전한 서울, 이제 여러분이 시장으로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박 씨는 끝으로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며 단상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