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코로나 전쟁] ②"대통령이 슈퍼전파자"...세계 2위 피해국 브라질

2020-07-10 08:00
브라질 코로나19 확진 176만명, 사망 7만명...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영향
보우소나르 대통령, 확진 판정에도 마스크 벗고 말해..."중대한 범죄행위"

전 세계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4분의1이 발생한 중남미 지역의 코로나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중남미에선 코로나19 피해로 의료 붕괴와 함께 극빈층에 대한 극심한 경제 충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코로나19 피해국인 브라질에서는 결국 대통령이 확진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토드 채프먼 미국 주브라질 대사와 만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세계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는 이날까지 브라질에서는 175만577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6만918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브라질의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19일 5만520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날까지도 4만명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달 4일 1492명이 숨진 후 1300명대 정점 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전국 5570개 도시 가운데 96.4%에 해당하는 5371개 도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됐으며, 51%의 도시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기준 각각 90.1%와 45.8%에서 더욱 늘어난 수치다. 아울러 코로나19 피해는 5월 말부터 대도시뿐 아니라 내륙지역의 중소 도시에서도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일 브라질 일간신문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5월 중순부터 6월 초 사이에 사회적 격리를 완화한 18개 도시 가운데 최소한 12곳에서 확진자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확진자가 줄어든 도시는 록다운(도시봉쇄)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한 이후 격리를 완화한 곳이라고 전했다.

수도 브라질리아는 격리를 완화한 지난 5월 27일까지만 해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였으나 1개월 만에 5배 이상 많은 1600명대로 늘었으며,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에서는 지난 1일부터 사회적 격리를 완화한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가 15%가량 증가했다.

신문은 사회적 격리 완화 정도에 따라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필수 업종의 영업이 부분적으로 허용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할 보건부 장관의 공백이 50일 넘게 이어지는 와중에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결국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영 TV 브라질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내리는 비와 같아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며 전날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어 "내가 전에 말한 것처럼 코로나19 때문에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정상이며 매우 몸 상태가 좋다"고 말해 코로나19에 대해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일부터 기침과 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였고, 전날인 4일 전날 증상이 악화해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군 병원에서 폐 검사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보우소나루 대통령는 세계 지도자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네 번째 사례라고 지적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모나코공국의 군주 알베르 2세, 후안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지자 수백명과 최소 66명의 정재계 인사와 밀접 접촉했다.

지난 7일에는 자신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어서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CNN 브라질의 레안드로 마갈레스 기자는 코로나19 검진을 받았고, 브라질 언론협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취재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범죄행위"라면서 연방대법원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고발할 방침을 밝혔다.

언론협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날도 의료진의 권고를 무시하고 취재진과 가까운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중간에 마스크 벗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 언론인조합(SJP-DF)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온 뒤 대통령실에 대한 취재 중단을 권고했다.
 

지난 7일 자신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발표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중 마스크를 벗고 대답을 해 논란이 됐다.[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