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폭풍전야] ①비건, 코로나 뚫고 7개월 만 방한…"한·미 동맹 재확인"
2020-07-09 00:00
비건 美 국무부 부장관, 北냉대·코로나19 속 방한
"한국 방문, 대북 접촉 아닌 '동맹'과의 만남 목적"
"한국 방문, 대북 접촉 아닌 '동맹'과의 만남 목적"
한·미 외교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고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과 한·미 동맹 중요성을 확인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연쇄 면담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비건 부장관을 만나 “매우 중요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강 장관 예방 후 조 1차관과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이 본부장을 연쇄적으로 만나 양국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3년 만에 열린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는 조 차관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코로나19 대응, 한반도 문제와 지역정세,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한·미 동맹 재활성화에 공감했다.
비건 부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됐고 권한이 있는 카운터파트를 임명하면 북한은 우리가 그 순간 (대화할) 준비가 됐음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 균형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비건 부장관의 방한 일정을 전하며 “북한에 대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 목적이 북한이 아닌 ‘동맹’에 있다고 강조, 비핵화 관련 대북 메시지는 자제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대화 거부 의사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협상 재개 등 전달할 대북 메시지가 없으니 초점을 ‘한·미 동맹’으로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의 대미 강경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견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의 초점을 대북 접촉이 아닌 한·미 동맹으로 돌렸다는 얘기다.
비건 부장관이 방한 일정에서 한·미 동맹과 북·미 실무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톱다운 북·미외교’를 언급해 주목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TV와의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 하고 우리도 분명 그러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열리지 않을 것 같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