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조차 "중도하차"...패색 짙어지는 트럼프, 반전은 북한?

2020-06-30 17:26
코너 몰린 트럼프 '국정 지지율·여론조사·가상 선거인단 대결' 3연패
폭스조차 완주 가능성 의심..."분위기 반전 위해 北 종전선언해라"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 충격,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여파로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모든 조사서 밀리는 트럼프...'국정 지지율·여론조사·가상 선거인단 대결' 3연패

29일 ABC 산하 선거 전문 데이터 저널리즘 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235일째인 이날 현재 국정 지지율와 부정평가가 각각 40.5%와 56%로 집계돼 순긍정평가율이 -15.5%p(포인트)로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지난 2017년 8월 6일(37%:57.3%)과 올해 1월 24일(39.5%:55.9%)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지지율이다.

더욱이 지난 4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가상대결 여론조사들에서도 2번의 동점 기록을 제외하고는 연전연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8일 CNN 조사(바이든 55%, 트럼프 41%)에 이어 24일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의 공동조사(바이든 50%, 트럼프 36%)에서 양측의 지지율 격차는 두 번이나 그간 최대치 14%p까지 벌어졌다.

정치분석 전문 매체 리얼클리어 폴리틱스는 현재까지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해 산출한 자체 지수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9.2%p(포인트) 앞섰다고 분석했으며, 선거인단 가상 대결에서도 트럼프의 열세를 점치고 있다. 

최근 2주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바이든은 222명의 선거인단을 얻은 반면, 트럼프는 125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매체는 아직 경합상태인 14개 주(州)의 선거인단 191명이 배분되지 않았지만, 지지율 격차가 막상막하면서도 선거인단 수가 많은 핵심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6곳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6대 경합주 중 플로리다·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 등 4곳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6%p 이상 앞섰고,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각각 4.0%p와 2.4%p 차이로 이기고 있다. 실제 11월 대선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승자독식제' 방식을 채택한 지역의 경우 전체 선거인단이 바이든에게 넘어가게 된다.

미국 대선은 직접투표 결과에 따라 확보한 각 지역의 선거인단이 최종 승리자를 결정하는 일종의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리얼클리어 폴리틱스가 분석한 가상 선거인단 대결. [자료=리얼클리어 폴리틱스]

 
병주고 약주는 폭스뉴스, "중도하차 가능성...재기 위해 北과 종전선언"

지난 28일 대표적인 우파 언론이자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조차도 공화당 선거 참모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여론조사 수치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의 한 선거 참모는 "아직 시기상조겠지만, 여론조사 수치가 계속 악화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도 하차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이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가 '불안정한(fragile)' 상태"라는 또 다른 공화당 '유력인사'의 표현을 빌려 트럼프의 대선 완주 가능성도 의심했다.

이에 트럼프 선거캠프는 '가짜뉴스의 할아버지'라는 표현까지 쓰며 해당 보도에 크게 반발했다. 팀 머토 트럼프 재선 캠프 대변인은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에서 "2016년에도 유사한 상황이었다"면서 "언론의 여론조사는 언제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고 주장했다.

다만, 폭스뉴스는 한국전쟁 70주년이었던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종전선언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라는 조언을 내기도 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국가이익센터의 국방안보분야 담당 국장인 해리 카지아니스는 이날 기고문에서 "과감한 종전선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남·북한 지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이 종전을 선언할 경우, 과거 전임자들 중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달성한 역사적인 지도자로 남을 수 있다"면서 "평화 협정과 대북 제재 완화로 얻은 신뢰와 대가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 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임자일 뿐 아니라 지금이 적기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표적인 매파인 존 볼턴이 물러난 상황에서 양측이 한 번 더 협상해보는 일은 대단히 합리적"이라면서 "친분 외교라는 특유의 외교 방식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고려할 때, 트럼프는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미국 대통령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2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4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작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