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은 잘 있을까'…국제갤러리 함경아展
2024-09-03 00:00
'볼 수도, 만날 수도 없지만 존재하는 사람들'의 흔적
단절의 시간, 절절함으로…'리얼리티란 무엇인가'
단절의 시간, 절절함으로…'리얼리티란 무엇인가'
형형색색의 자수에는 ‘볼 수도, 만날 수도 없지만 존재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저쪽 어딘가에 있지만,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의 손끝에서 자수가 꽃처럼 피어났다. 함경아의 ‘자수 프로젝트’의 한땀 한땀은 반세기가 넘은 지정학적 서사, 물리적 단절, 이데올로기다.
국제 갤러리는 오는 11월 3일까지 K1, K3, 한옥에서 함경아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를 연다.
함경아가 2008년부터 선보인 자수 프로젝트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작가가 자수 도안을 디자인하고, 이를 중개인을 거쳐 북한 수공예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면 제3자를 통해 자수의 형태로 작가에게 돌아왔다. 작품이 사라질 때도 왕왕 있었다. 함경아는 “작품이 돌아왔을 때는 ‘소통이 이뤄졌구나’ 생각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나마 비밀스럽게 이어졌던 북한과의 교류도 2018년 이후 완전히 끊겼다. 단절의 시간은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졌다. 한옥 전시장의 테피스트리 작품들은 마치 눈물이 카펫과 러그 위에 떨어져 번진 듯한 절절함이 담겨있다. 함경아는 “중개인들이 코로나로 슬픔을 겪는 등 소식이 건너건너 전해지던 중 전쟁까지 터졌다. 슬픔과 애도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자수를 통해 이뤄졌던 아날로그적 소통이 중단되자, 작가는 ‘리얼리티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휩싸였다. 자수를 놓던 이들이 사는 곳의 소식을 디지털 세상에서만 접하게 되면서, 무엇이 진짜일까라는 의구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혼란은 K3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화면인 듯, 다른 차원의 매트릭스를 하나의 캔버스 위에 펼쳐 놓은듯하다.
함경아는 “실체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앞의 작품들이 기다림의 시간이라면, (K3의 작품들은) 나의 원시적이고 아날로그적 감정만이 진짜 같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