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신혜 "'#살아있다' 액션 맛보기…'시지프스'로 갈증 해소"
2020-06-30 00:00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초중반까지 고립된 준우의 상황을 보여주며 관객까지 생존기에 동참하도록 한다. 주인공도 보는 이들도 진이 빠질 때쯤 등장한 유빈은 순식간에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좀비가 창궐한 세상 속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가진 그는 준우와 관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배우 박신혜(30)와 유빈은 같은 역할과 임무를 맡고 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준우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배우 유아인이 고민과 갈등을 할 때면 함께 나눴다.
"캐릭터 적으로 생각한 방향이 늘 같을 수는 없잖아요.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뜻이 안 맞을 때도 있고 길게 논의해야 할 일도 있죠. 각자 서로 의견을 내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계속 놀랐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머릿속으로 그린 준우와 (유)아인 오빠가 똑같은 모습이더라고요. 만나기 전에도 (유아인이) 유니크한 배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훨씬 더 똑똑하고 캐릭터에 애착을 가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의 연기력이 재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가진 걸 더 잘 살려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영화 '콜' 촬영을 마치고 "즐거운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박신혜는 '#살아있다'의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매료됐다. 머릿속에 "재밌다"는 생각만 가득했다고.
앞서 언급한 대로 유빈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다. 영화의 흐름을 바꾸는 인물인 셈이다. 박신혜는 영화 중간에 투입되는 유빈에 고민과 염려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가 준우 시점으로 시작하니까 중간에 제가 나왔을 때 튀면 어쩌나 걱정했죠.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대사 톤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어색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준우에게 위기가 처했을 때 반전을 주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박신혜는 유빈에 관해 "희망을 품은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캐릭터를 소개하며 자신이 해석한 바를 조곤조곤하게 풀어놓았다.
"극의 중심을 잡는 인물이라기보다 유빈은 생존자 중 한 명이라는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그 아파트에는 준우와 유빈 말고도 또 다른 생존자가 살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중 한 명이라고 (캐릭터를) 잡았죠. 성격적으로는 이성적 판단을 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아는 침착함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는 유빈과 성격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원치 않는 상황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어요. 드라마 '피노키오' 종영 후 인터뷰를 했는데 나의 진심과 전달 과정 그리고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서 입장차이가 있을 때도 있더라고요. 친구도,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익숙해요. 유빈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비슷하죠."
그는 "겁 없는 점"도 유빈과 닮았다고 거들었다. 생존을 위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언급하며 "직접 해냈다" "겁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내부는 세트장이고 2층 정도 높이라서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감독님께서도 제가 직접 액션을 소화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뛰어내리기 전 몸을 홱 돌려 카메라를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작품으로 '액션의 맛'을 본 박신혜는 차기작인 드라마 '시지프스'로 액션의 갈증을 해소할 예정이라고.
"다들 제게 '#살아있다'로 액션 갈증이 해소됐냐고 하시는데 이건 맛보기죠! 다음 작품에서 더 격한 액션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점점 더 장르 작품의 갈증을 해소해나가는 것 같아요."
그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활약해온 박신혜는 천천히 나이를 먹으며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주로 '로코' '캔디형 여주인공'을 연기했는데, 그런 이미지 때문에 작품에 한계가 있었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런 역할들이 당시 제 나이와 잘 어울렸어요. 30대가 되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작품과 만나게 됐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새로운 문이 열리는 기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