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IBM에서 레노버로…'씽크패드'의 혁신은 계속②

2020-06-26 09:49

3M을 모르는 이들은 있어도 '스카치 테이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 가축에 낙인을 찍은 데서 브랜드(Brand)의 어원이 유래했듯, 잘 만든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제품을 깊게 각인시킨다. 광고계의 거인 데이비드 오길비가 "브랜드는 제품의 이름과 성격, 가격과 역사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무형의 집합체"라고 정의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아주경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이 된 한국의 산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2017년 출시된 25주년 기념작 '씽크패드25'. [사진=레노버 홈페이지]

'씽크패드'의 주인이 바뀐 것은 2005년이다. 레노버는 IBM으로부터 개인용컴퓨터(PC) 사업부를 인수했다. 중국의 작은 컴퓨터 기업와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노트북 브랜드의 결합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구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양사의 거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변화를 모색하던 IBM은 PC 사업을 매각한 뒤 클라우드와 정보기술(IT) 인프라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레노버는 단숨에 PC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

인수 전 레노버는 글로벌 PC 시장 점유율 2.3%에 연간 매출 역시 30억 달러에 불과했다. 15년이 지난 올해 1분기 레노버는 24.4% 점유율로 1위다. 매출 역시 2019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507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50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몸집만 커진 것은 아니다. 레노버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미국과 일본의 IBM 연구소와 개발진을 그대로 인수한 것이다. 씽크패드는 '최초'라는 기록도 새로 쓰고 있다. 2009년 레노버는 세계 최초로 듀얼 스크린을 탑재한 '씽크패드 W700ds'를 출시했다. 2016년에는 노트북 중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컨버터블 노트북 '씽크패드 X1 요가'를 선보이기도 했다. 청년 세대를 겨냥해 날렵한 디자인을 입힌 'E 시리즈' 등 새로운 라인업도 내놨다.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인수 10년째를 맞는 2015년 이러한 성과들을 자신있게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IBM PC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업체로 성장해 자사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를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양 회장은 "인수 이후 세계 선도의 PC 기업이자, 가장 혁신적인 기술 회사가 되기까지 많은 도전과제와 우려들을 불식시켜왔다"며 "PC 사업 인수를 토대로 스마트폰, 태블릿, 서버,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씽크패드 고유의 정체성과 디자인 또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출시 25주년 기념작 '씽크패드 25'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 1000대 한정으로 판매된 씽크패드 25는 오리지널 외관 디자인은 물론 7열 키보드와 씽크패드 로고의 RGB 색상도 구현해 큰 인기를 끌었다.

씽크패드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레노버는 세계 최초의 폴더블 PC '씽크패드 X1 폴드'를 공개했다. 경량 합금과 탄소 섬유로 제작된 해당 제품은 13.3인치형 폴더블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키보드를 터치식 키보드로 대체해 필요에 따라 완전 평면 디스플레이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무게 또한 1㎏ 미만으로 줄였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과 가격은 미정이지만 레노버는 올해 안에 정식 출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적용된 노트북 '씽크패드 X1 폴드' [사진=한국레노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