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마 의혹’ 靑 전 행정관, “정보 제공은 인정, 직무상비밀은 아냐”
2020-06-24 13:50
라임자산운용사태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청와대 전 행정관이 첫 재판에서 “정보는 보여줬지만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는 있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취지로 보인다.
2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김 회장에게 제공한 자료는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정식으로 얻게 된 정보가 아니다”라며 “직무상 얻게 된 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친분이 있던 금감원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 받은 자료라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친구인 김 전 회장이 ‘라임에 투자한다’길래 위험할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한 뒤, 김 전 회장이 ‘왜 위험하냐고 묻자’ 자료를 보여준 것 뿐"이라며 대가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해 금융위원회 설치법을 위반한 혐의, 뇌물수수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김 회장에게서 법인카드 등으로 3700여만원을 받고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1900만원의 이득을 챙기게 했다”며 “그 대가로 라임 검사와 관련한 금감원 내부 문건을 김 회장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 측은 이날 모든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동생은 사외이사가 될 자격이 있었고 김 회장의 입장을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사외이사로 올린 것"이라며 “정당한 일을 하고 급여를 받아 뇌물이라고 보기에 대가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행정관이 김 회장에게서 법인카드를 받고 골프장이나 유흥주점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사업이 잘되는 친구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로비를 받고 라임을 비호해준 세력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행정관이 라임 수사를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전 행정관외에 더 큰 비호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조단위가 넘는 손실이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를 공공기관 과장급이 은폐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에서 나온 김 전 행정관의 혐의도 라임관련 검사 자료를 제공한 것에 그쳤다. 최근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K모 국회의원에게 양복과 돈을 제공했다는’등 로비가 정관계까지 이어졌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김봉현 전 회장의 기소는 언제 이뤄지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내용이 방대하고 수사할 것도 많다”며 “현재 일정은 확답할 수 없고 수사 마무리 후 기소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7월 20일 연 뒤 8월 17일에는 피고인 신문과 함께 결심까지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