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억 달러 못받으면 주한미군 철수하라'"

2020-06-22 07:35
볼턴 "트럼프, 한·미 연합훈련도 이해 안 된다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 미군 철수' 카드로 위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텔러리포트 등 외신에 따르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는 23일 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미군 철수를 위협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50억 달러, 일본에서 80억 달러를 각각 받아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렇게 하면 협상에서 매우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이 발언은 볼턴 전 보좌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워싱턴DC로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가리키며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한국의 미군기지 지원으로)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이 발언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관한 회의 중에 나왔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50억 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위협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훈련이 모의연습이고 자신도 훈련에 동의했음에도 "난 정신병자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한 뒤 이같이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적었다. 그가 언급한 '워게임'은 작년 8월 진행된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380억 달러를 잃고 있다. 거기에서 나오자"고 강조했다. 당시 한·미 훈련에 대해서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한국(그리고 일본, 유럽 동맹들)과의 관계를 몹시 괴롭혔던 이슈 중 하나는 미군 기지를 유치한 나라들이 내야 할 비용 분담에 관한 문제"라며 "셀 수 없이 많은 논의 후에도 '우리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국들이 기지 비용에 50%를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액수라고 판단하는 만큼 지불하지 않는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위협이 한국의 경우 진짜일 수 있어 두려웠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미군 주둔국에 대한 비용 분담에 대해 "액수와 방식은 다양했고 실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방부의 창의적인 회계 기술에 따라 거의 모든 비용이 수치가 높든, 낮든 정당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