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무책임"...트럼프 '주한미군 감축' 발언에 美의원들 비난 쏟아져

2020-07-21 10:39
하원 외교위원장 등 "트럼프, 국익보다 개인적 정치 이익 추구" 비판..."한미동맹에 대한 美 의회의 초당적 지지 변함 없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고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 상·하원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동맹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결정이자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를 해치는 '무능'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의소리(VOA)에서 "우리(미국)은 4년 전보다 북한의 핵무기와 중국의 공격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미국의 국익을 버리겠다는 선택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1월 대선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실패했던 이번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포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그 선택이 아시아에서 미국과 우리 친구(동맹)들의 안보를 약화시키더라도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인 19일에는 민주당 소속 아미 베라 미국 하원 동아태·비확산소위원회 위원장이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주한미군 축소 발언을 꼬집었다.

베라 위원장은 이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첨부해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은 역내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도 보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 의회의 강력한 초당적 지지는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 역시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여당인 미국 공화당에서도 동맹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마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60년 넘게 이어진 한국과의 동맹 관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의 기둥 중 하나"라면서 "중국과의 대결 상황에서 우리(미국)는 한국의 파트너십을 감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가 한국과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발표해 주한미군 감축설을 "전략적 무능"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에 미사일 시스템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와 탄약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WSJ은 미국 국방부가 지난 3월 백악관 측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으며, 이튿날인 18일에는 사설을 통해 두어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아프간·독일·한국에서 철군을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0일 우리나라와의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돌발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그의 성향과 대선 4개월을 앞두고 지지율 붕괴 상황이 맞물려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7일 "몇개월 내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후 '통상적인 상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얼마 전 회고록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외교 정책 결정 과정을 폭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철수하는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면서 "한국과 독일에서의 병력 철수는 독재 정권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대전 현충원에 방문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