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후폭풍'...트럼프 한미 동맹관 이대로 괜찮나

2020-06-24 15:47
볼턴 전 보좌관 '그것이 일어난 방' 논란 속
트럼프 대통령 한·미 동맹 경시 기조 우려↑
한·미, 방위비협상 등 여러 외교 현안 공유
전문가 "트럼프식 거래외교의 전형"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이 무성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동맹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협상 카드 삼아 동맹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결국 한국이 합동군사훈련과 제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등 미국과 여러 외교·안보 현안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4일 외교가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해 재차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기조에 관심이 쏠린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해타산적 관점에서 동맹 관계에 접근한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회고록에서는 일반적 인식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7월 외교안보 참모들에게 "우리가 왜 한국전쟁에 나가 싸웠는지, 왜 대규모 주한미군이 여전히 한반도에 주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가 얼간이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며 실질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같은 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해달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구에 "한·미 훈련은 도발적이고 시간·돈 낭비"라고 맞장구쳤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한마디 사전 협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에는 "우리는 전쟁에 10센트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한국 정부에) 돈을 더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평가하며 방위비 협상에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8월 참모들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던 중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을 언급,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한국)에서 나오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이 방위비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에 각각) 80억달러와 50억달러를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한·미 동맹의 가치·의미를 평가절하한 데 대해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식 거래외교의 전형으로 동맹에 강한 국가의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외교부는 관련 논란을 일축하려는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방위비 협상에서 주한미군과 연계해 협의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이 출간 첫날인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대형 서점체인 반스앤노블에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