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개미 전성시대] ②거품이라는 전문가 vs 상승장 밀고 가는 개인
2020-06-22 05:30
일부 종목 과열의 원인···"로빈후드 몰리는 종목 주목"
하락장 경고 계속···코로나19 확산속도도 주요 변수
하락장 경고 계속···코로나19 확산속도도 주요 변수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증가는 시장의 움직임을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다.
전문가들이 꾸준히 급락장에 대한 경고를 내보냈지만, 개인들의 투자 열기는 상승장세가 꾸준히 이어지게 했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급락장이 올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이 활성화되는 반면 투기적 성향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금이 적고 단기 투자로 이익을 내려 하는 특징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개인들의 투자는 자산 운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카지노 출입을 대신하는 것 같은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종목 과열의 원인···"로빈후드 몰리는 종목 주목"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성향은 일부 종목의 급등락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최근 뉴욕증시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니콜라 모터스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4일 상장된 수소 트럭 생산업체인 니콜라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화제가 됐다.
니콜라는 아직 트럭이 제대로 양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한때 23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를 넘어서는 것이다.
니콜라의 열풍 뒤에는 개미투자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로빈후드 이용자 중 니콜라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15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빈후드 사용자들은 항공주, 크루즈 주 등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사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투자는 이른바 투자전문가들로 불리는 이들과는 상반된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렸던 워런 버핏은 항공주를 모두 손절매하면서, 자신의 항공주 투자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지원을 입고 최근 항공주들은 급등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신채권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투자자 제프리 건들락 역시 지난 9일 개인 매수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들락은 앞서 지난 3월 급락 이후 추가 급락이 올 수 있다면서 경제의 V자 반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일본은 주요 지수에 연동하는 레버리지 ETF의 인기가 높으며, 실적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약 개발 관련주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고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시장을 이끄는 대장주들이 투자자들의 지지를 입어 최근 상승장에서 급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백주 생산업체인 마오타이와 베트남의 비나밀크 등이 최근 증시에서 높은 상승률을 자랑하고 있는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 급락장에 투자해 많은 이익을 챙긴 개미들은 수익을 다른 종목에 투자해 증시 전반의 상승세가 계속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투기성 거래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경우 장이 더욱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락장 경고 계속···코로나19가 주요 변수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로 주가가 상승해왔지만, 전문가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오르는 증시는 거품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거품 시대 예측을 정확히 하는 투자자로 알려진 제레미 그랜덤이 최근의 상승을 '거품'으로 규정해 주목을 받았다. 그랜덤은 닷컴버블과 2008년 주택금융위기 등 거품 시기를 정확히 집어내 명성을 크게 얻은 바 있다. 그는 최근의 상승장은 미국 체력이 형편없는 상황에서 나온 '전례 없는 상승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랜덤은 지난 1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는 최근 현실을 무시하면서 점점 더 거품을 형성해가고 있다면서 결국 마지막엔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 4번째 버블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들고 있다"면서 "거대한 거품은 오래가고 결국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랜덤이 말한 3번의 거품 시대는 1989년 일본의 버블, 2000년의 기술 버블, 그리고 2008년의 주택 버블을 말한다.
그랜덤은 투자자들의 난폭한 거래, 허츠와 같은 파산한 회사에 대한 투자 집중 등이 거품 시대에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회장이 주식시장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았다. 지난 19일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달리오 회장은 주요 외신과 인터뷰에서 "수년간 이어진 기업 실적 흐름이 견조했지만, 코로나19로 몇 년 사이 역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달리오 회장은 선진국 수익성을 높여주었던 세계화가 위기를 맞은 것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로 인해 다국적 기업이 공급망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달리오 회장은 기업 실적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일부 기업은 파산하거나 주가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추가 상승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시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증시에는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은 19일에 이어 20일까지 신규확진자가 3만 명 이상 늘어나면서 2차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