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배터리 장악한 韓3사, ‘거침없는 투자’ 이어진다
2020-06-18 06:18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글로벌 공장 증설·투자금 마련에 박차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매월 높여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선제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7일 배터리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 3사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올해 1~4월 전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장착한 배터리 사용량이 6.6기가와트시(GWh)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로 따지면 25.5%에 해당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한 것이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은 1.5GWh로 점유율 18.9% 증가해 5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대비 74.3% 증가한 1.1GWh로 7위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10위 안에 든 것이다.
올해 들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침체된 상태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등록한 세계 각국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26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감소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국내 3사 점유율 총합은 16.2%에서 35.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각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모델의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화학이 공급하는 르노 조에, 테슬라 모델3(중국산) 판매량이 급증했다. 삼성SDI 공급 모델인 폭스바겐 e-골프, BMW 330e, 파사트 GTE 등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 기아 봉고 1T EV, 소울 부스터 판매량 증가 효과를 봤다.
업체들은 현재보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업계 1위인 LG화학은 3세대 전기차(500㎞ 이상)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말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170만대(100GWh)로 키울 계획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기술력이다. 매년 1조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집행 중인 LG화학은 이 가운데 30% 이상을 배터리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분기 기준 1만6685건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사업을 철수하면서 실탄도 마련했다. 지난 10일 중국 난징과 광저우, 대만 타이쭝 등 3개 공장의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소재 기업 산산에 약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시장 점유율로만 따지면 삼성SDI를 제친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도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0GWh 규모의 중국 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9.8GWh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1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9.8GWh 규모의 헝가리 코마롬 2공장을, 2023년에는 11.7GWh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2공장도 각각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규모만 51.3GWh로, 5조원 이상을 투자한 셈이다. 여기에 연구개발비, 전문인력 확보 등을 포함하면 2012년 200MWh 규모의 서산공장을 준공, 배터리 양산에 나선 지 8년여 만에 약 10조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도 헝가리·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에 투자하고 있다. 헝가리 제2공장을 증설해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 소재가 적용된, 600㎞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배터리팩 공장도 약 6000만 달러를 들여 증설하는 등 배터리 수명 증대와 경량화, 고용량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