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왜 쌓아 올릴까…적층기술 판도 바꿀 ‘레이저쎌’

2021-10-30 06:00
최재준 레이저쎌 대표 "면레이저 원천기술 보유"
특허만 133건…내년 기업공개 도전

최재준 레이저쎌 대표는 “레이저를 면 형태로 변환하는 원천기술, 다양한 기판에 반도체‧미세소자를 초미세‧초정밀로 본딩(접착)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특허‧출원특허만 133건”이라며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 = 레이저쎌]


속도의 시대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 속엔 ‘빠름의 경쟁력’이 담겨 있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면, 주행 중 카메라 센서가 주위 장애물을 판독하고, 사람인지 차량인지 등을 판독한 후 서로의 거리‧속도를 계산한다. 이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브레이크가 걸린다. 모든 데이터를 정확히 처리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사고 위험성은 낮아진다. 빠름의 경쟁력 비밀은 미래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에 있다. 나노(10억분의1)를 넘나드는 반도체 기술에선 초 단위는 무한에 가깝게 긴 시간일 정도다.
 
쌓아 올리면 속도‧전력효율↑
반도체 자체는 나노미터(10억분의1미터) 수준의 미세한 기술이 적용되는데, 기판에 D램‧낸드플래시‧비메모리 반도체 등을 수평으로 붙이면 길게는 수㎝의 거리가 발생한다. ‘빠름의 경쟁력’에 있어 ‘수㎝’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근 반도체 후공정에서 신호 전송 경로를 줄일 수 있는 적층기술이 주목받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2D에서 3D로 쌓아 물리적 거리를 좁혀 속도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자는 발상이다. 칩의 미세화를 통한 성능 차별화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적층기술은 속도와 함께 전력효율도 높아진다.

지난 3월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세계전기전자학회(IEEE)의 국제신뢰성심포지엄(IRPS) 기조연설에서 “향후 D램은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 진입하고, 낸드플래시는 600단 이상 적층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후공정에서 ‘쌓아 붙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계 수준으로 미세화된 칩을 적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은 반도체 휨 현상을 차단하는 것이다. 반도체를 기판에 붙일 때 접착제 역할을 하는 실리콘에 열을 가하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길고 좁은 통로를 지나며 전체에 열을 가하는 방식이 쓰였다. 물질마다 휘는 정도가 다른데, 전체에 열이 가해지다 보니 접합면이 벌어지는 게 이 방식의 단점으로 꼽혔다.
 

최재준 레이저쎌 대표가 충남 아산시에 소재한 본사 제1연구센터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상철 기자]
 

면레이저로 해답 찾은 레이저쎌
레이저 솔루션 플랫폼업체 ‘레이저쎌’은 면레이저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찾았다. 점 형태의 레이저를 자체 개발한 초정밀 특수렌즈 모듈인 BSOM(Beam Shaping Optical Module) 시스템을 통해 면으로 넓혔다. BSOM을 사업화한 게 LSR(Laser Selective Reflow) 시리즈다.

최대 200×200㎜ 면적을 초정밀로 조사하는 기술력을 상용화 수준으로 완료했다. 극소형 기술력은 100×1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1미터)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조사하는 데 성공해 다양한 핵심사업에 양산 적용 중이다.

면레이저 조사 부위만 0.5~1초 만에 가열이 필요한 부분만 온도가 300도까지 오른다. 면레이저가 닿는 모든 부위의 온도는 균일하다. 인접부는 85도다. 짧은 시간에 온도를 높여야 하는 부위에만 열을 가해 휨 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소자(칩)에만 열이 가해지기 때문에 면레이저의 면적이 넓을수록 생산성 또한 높아진다. 이 기술은 반도체 분야뿐 아니라 차세대디스플레이, 전기차배터리 분야에 적용된다.
 
특허‧출원특허만 133건, 특허장벽 쌓아…“내년 기업공개 도전할 것”
레이저쎌이 이러한 기술력을 보유하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 대표는 멤스 분야 공학박사로 삼성전자연구소와 미국테크기업에서 광반도체 응용 분야 나노기술전문가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회사 구성원의 95%가 연구인력이고, 지난해 전체 비용지출의 75%가 연구개발비와 개발인력 인건비가 차지했다.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췄던 만큼 창업 후 4년 동안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검증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기업의 우려도 섞여 있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레이저쎌의 LSR은 세계 표준으로 꼽히는 미국 AREA컨소시엄의 2년여에 걸친 검증을 통과했다. 지금은 글로벌 업체와 거래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누적 투자액만 200억원에 이른다.

최재준 레이저쎌 대표는 “기존 레이저의 특성인 점 형태가 아닌 면 형태로 변환하는 원천기술, 다양한 기판에 반도체‧미세소자를 초미세‧초정밀로 본딩(접착)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특허‧출원특허만 133건”이라며 “면레이저 면적을 극소부터 최대까지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자부한다”고 자신했다.

최 대표는 “올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고, 내년에는 두 배 이상의 매출 성장이 목표”라며 “동시에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슈퍼사이클 진입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AI‧자율주행차 등 수요 늘 것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20년 스마트폰과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축소로 역성장했으나, 올해부터 회복해 2025년 5714억 달러(약 66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는 AI시대 진입이 가속화하고, 자율주행자동차와 스마트홈 등 산업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처 별 시장규모를 보면, 차량용은 지난해 500억 달러에서 내년 680억 달러로 3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같은 기간 가전용은 430억 달러에서 610억 달러로 41.9%, 산업용은 610억 달러에서 810억 달러로 37.8%, 데이터처리용은 1840억 달러에서 1970억 달러로 7%, 통신용은 1640억 달러에서 1680억 달러로 2.4%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첨단반도체 패키지 본딩의 새로운 기술표준을 제시, 기존 본딩기술 방식과 비교해 생산성이 최소 수배 높은 초고속(레이저 1초 조사) 본딩 생산이라는 첨단반도체 패키지 신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