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투자증권 '깡통어음' 사건으로 기소... 현대차증권 등 피해액 1500억

2020-06-17 16:22
검찰 "기망행위 존재....외환당국 등록 등 정보 제대로 고지도 안 해"

한화투자증권이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연말 한화투자증권주식회사(대표 권희백)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주식회사(대표 김원규) 등 증권사 두곳과 심모씨 등 두 회사의 펀드매니저 두명을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끼리 사고 판 수백억원대의 기업 어음이 휴지 조각이 되며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중국 기업 어음 부도 사건'과 관련해 '기망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 수사결과다. 

재판을 맡고 있는 곳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허선아 부장판사)로, 지난 12일 두번째 공판기일이 열렸다. 공판준비기일까지 포함하면 네번째 열린 재판이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를 입은 채권단의 대표인 현대차증권의 준법감시인으로 근무하는 김모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해 증언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과 관련해 주관회사로서 실사의무를 위반했고, 중국 외환당국(SAFE) 등록과 관련한 사항 등 정보를 제대로 고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CERCG 본사의 지급보증이 실행되려면 중국외환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중국은 자본 유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돈이 중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지급보증의 경우 반드시 허가를 받게 한다. 하지만 SAFE에는 CERCG 본사의 지급보증을 승인한 이력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화증권이 제대로 확인을 했는지, 피해자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렸는지 등이 관건이다. 

앞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은 지난해 5월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300억원) 등 국내 6개 증권사에 총 1600억원대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판매했다. 그러나 어음을 판 지 3일 만에 CERCG의 또 다른 역외 자회사(CERCG오버시즈캐피털)의 회사채가 부도를 맞았다. CERCG 본사의 지급보증이 실행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똑같은 구조로 CERCG의 지급보증을 받아 발행된 이 사건 어음도 자연히 부도 위기에 몰렸고, 결국 지난해 11월 9일 어음 만기가 됐지만 CERCG캐피털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여기에 CERCG 본사가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최종적으로 회사채와 어음은 부도가 났다.

한화·이베스트증권은 '단순 중개 역할만 해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피해액이 가장 컸던 현대차증권은 애초에 상품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두 증권사 직원들을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이후 검찰은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무리하게 어음화한 채권을 유통해 피해자들을 기망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30일 해당 직원들과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을 기소했다.

이와 관련, 한화 측은 "CERCG 관련 분쟁으로 회사 간 소송전이 벌어지며 실무자와 대표가 같이 고소된 케이스"라며 "피고인의 신상이나 사건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한화투자증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