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2년여만에 한반도 평화 '파국' 주인공으로

2020-06-14 10:31
김여정, 대남업무 총괄 담당…北 국정운영 2인자로 부상
"김정은에게 받은 권한 행사…대적사업 다음 단계 지시"

2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평화의 메신저’로 불렸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막말투사’로 변신, 대남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대남 군사 행동을 예고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주민에게 공개하며 대남 보복 의지를 강조하는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신문은 전날 발표된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전문과 ‘인민의 징벌은 막지 못한다’는 기사를 싣고 남측을 향한 무자비한 보복을 철저하게 결행해 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특히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인민의 분노와 적개심은 이미 하늘 끝에 닿았다”며 “인민의 정신적 기둥인 최고 존엄을 건드린 것은 인민을 모독하고 우롱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에 이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 대남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담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가운데)이 지난달 1일 김 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해 함께했다.[사진=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특사로 한국을 방문한 김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고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예선 첫 경기를 관람하며 ‘한반도 평화’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2018년 4월과 9월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의전을 수행하며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올해 초 김 제1부부장은 앞서 보여줬던 천진난만한 모습 대신 독기를 가득 품은 ‘북한 당국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첫 담화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를 통해 청와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을 비판한 청와대를 향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등의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4일 담화에서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으로 표현하며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이후 9일만인 13일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시설 철거와 본격적인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전했다. 그가 대남 업무 총괄 담당이자, 북한 내 권력 2인자임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 제1부부장이 대적사업에 앞장서고 대외적 메시지를 연이어 발산하는 두고 그의 정치적 위상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을 통해 최고 존엄을 위협하는 행동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전달과 함께 자신의 충성심을 드러내며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등으로 나타난 북한 주민들의 불만 등을 조정하고자 남한을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김여정의 권력 이양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