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재추진...전속고발제 폐지·재벌 개혁 '시동'
2020-06-10 12:54
2018년 개정안 그대로 상정...“공정경제 과제 방향성·개혁성 유효”
CVC 허용 내용 포함 안돼..."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CVC 허용 내용 포함 안돼..."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한다. 이 개정안에는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 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 재벌 개혁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 경제와 혁신 성장을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지난 2018년 8월 입법예고 후 같은 해 11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올해 4월 절차법제 일부만 개정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앞서 제출한 내용과 동일하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2018년 말 제출할 당시와 지금 상황이 유효하다고 본다"면서 "경제 상황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법안을 그대로 제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김 처장은 "20대 국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절차법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부분에 대해 사실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21대 국회 개원 후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입법 의지가 표명되고 있고, 입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안을 제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당시 재계는 정부의 공정거래법이 '기업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2년이 지났지만 분위기는 더 악화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고 입법부의 몫"이라며 "경제 상황이 더 안좋아져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로서는 여야를 충분히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전부개정안에는 공정거래법상 가격 담합과 입찰 담합, 공급 제한, 시장 분할 등 사회적 비난이 큰 경성담합에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속고발권은 고발권을 남용해 기업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980년에 도입됐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누구나 경성담합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자진 신고자도 공정위뿐 아니라 검찰에 고발이 가능해진다.
김 사무처장은 "담합 중에서 거래조건에 관한 담합, 연구·개발(R&D)에 관한 담합처럼 당연 위법이 아니라 플러스·마이너스를 분석해서 법 위반을 결정해야 되는 유형이 있다"며 "이는 형벌 규정과 맞지 않은 문제가 있어서 제외하고 당연 위법으로 볼 수 있는 경성담합 네 가지 유형만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업 결합,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등 일부 법 위반과 관련한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했다.
아울러 과징금 상한을 2배로 상향한다. 담합은 기존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높인다.
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고 소유·지배구조도 개선한다.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 기준이 현재 상장기업 30%, 비상장기업 20%이지만 이를 20%로 일원화한다.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올해 5월 1일 지정 기준으로 210개가 규제 대상인데, 기준이 바뀌면 381개가 추가가 돼서 총 591개로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또 새롭게 상호출자집단으로 지정되는 집단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 제한 규제를 신설한다.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강화한다. 상장회사 기준은 20%에서 30%로, 비상장 회사는 40%에서 50%로 각각 바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현행 10조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제한적 보유 허용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공정위가 CVC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처장은 "CVC 허용을 반대해서 이번 개정안에 그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2018년도 개정안을 그대로 다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8월 말까지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해 9월 정기국회부터 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