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늘 구속 갈림길…삼성, 경영공백 위기감 고조

2020-06-08 07:30
검찰 승계과정 불법 의혹으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정, 외부감사법 위반 등 적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8일 구속 심사를 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악재 상황 속에서 삼성그룹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최지성 옛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함께 구속심사를 받는다.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의 합병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분식회계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구 기간인 2015년 7∼8월에 호재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공개하고,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본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 비율의 적절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의심한다.

이에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정,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추진됐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같은 검찰 판단에 정면 반박하며 구속 사유가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와 관련해서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며, 절차상 위법이 없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또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의 수장으로서 도주 우려 등이 없어 구속 사유가 없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삼성 측은 언론 호소문 등을 통해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고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됐다"고 했다.

이어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했다.

한편,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과정에 의혹을 가지고 오랜시간에 걸쳐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임원들이 지속적으로 검찰에 소환되며 경영 공백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며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외부 전문가들이 자신의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