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추가감찰 계획' 없는 재판... '감찰무마'는 어디로 갔나
2020-06-07 13:31
'감찰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에 나온 당시 청와대 특감반원들은 공통적으로 감찰종료는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는 증언을 했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이 협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감찰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재판에 나온 특감반원이 실제로 진행되지도 않은 유 전 부시장 추가 감찰 방안을 막힘없이 진술하다 재판 전 검찰청에서 자신의 진술조서를 다시 확인한 내용이 탄로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두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 유재수 감찰 중단과 관련해 "심적 압박 없었다"
이날 재판에는 2016년 8월~2017년 11월 청와대 특별감찰반 데스크 사무관을 지낸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이른바 '데스크' 업무를 맡았는데, 이는 특감반원들이 접수한 공직자 첩보 보고서를 제출받아 오탈자와 줄간격 등을 수정해 취합하는 것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검찰 조사 당시 "유재수가 소위 '백'이 좋은 사람인 걸 알았다. 한창 감찰 조사를 하고 있는데 위에서 감찰을 그만 하라니 어이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일종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하지만 김씨는 "심적인 압박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그때는 몰랐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김씨는 감찰 중단과 관련해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낸 시기도, 이 전 특감반장이 감찰을 종료하라고 했던 배경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변호사 : 유재수가 자료 안 내놓고 병가간 것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다가 이인걸 특감반장이 증인과 특감반원 이씨를 불러서 2017년 12월 경 감찰 그만하라고 진술 했는데 맞습니까?
김씨 : 맞습니다.
변호사 : 워딩이 저게 맞습니까
김씨 : 불러서 취지가 그랬습니다. 워딩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
변호사 : 왜 그만두라고 하는지 의구심 날텐데 안물어봤습니까.
김씨 : 네
변호사 : 왜 안 물어봤습니까?
김씨 : 굳이 물어보기도 그래서 짜증스럽게 말하고 하니까 안 물어봤습니다.
변호사 : 반장이 유 전 부시장 사표 낸다고 먼저 말해서 안 물어본 거 아닙니까?
김씨 :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변호인 : 감찰 중단 지시 했다 이렇게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행위를 중단 하라고 했다는 겁니까?
김씨 : 유재수 건 안해도 된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마무리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조사 이후 김씨는 특감반원 이씨와 유 전 부시장 감찰 당시의 상황을 환기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이전 조사까지는 이씨가 유 전 부시장에 대해 사표를 수리하고 자연스럽게 종료했다는 등 진술을 했지만 '사실대로 진술하기 시작했다'며 그 이유를 아냐고 김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변호인은 "사실 관계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뜬금없이 나온 '사실대로'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제지한 것.
김씨는 유 전 부시장의 첩보를 처음 접했을 당시 '굉장히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냐'는 변호인 질문에 "크게 그렇지는 않았다"며, '수사 의뢰할 만한 사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 증인은 왜 법정 출석 전에 검찰청에 갔나?
특감반원 이모 씨는 이날 검찰의 질문에 '실행되지 않았던' 추가 유재수 추가 감찰 방안에 대해 막힘 없이 설명했다. 이씨는 유 전 부시장의 비위에 대한 최초 첩보 보고서를 쓴 인물이다.
앞서 검찰이 '사실대로'라고 말한 부분은 사실상 이씨의 생각이었던 것. 특히 이 과정에서 변호인은 "여기 나오기 전에 검찰에 갔다 왔냐"고 물었다.
변호인 : 증인이 3회 조사부터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습니다. 4회에서 추가 감찰로 뭘 생각햇느냐 질문에(재판정 진술을) 얘기했어야 정상 아닌가요.
이씨 : 혼자 생각이었기때문에... 유재수 감찰업무 하면서 위에 데스크나 특감반장에게 공식화된 것은...
변호인 : 공식화된거 물어본게 아니라 어떻게 추가 감찰하려고 했었나 물어본거 아닙니까.
이씨 : 개인적으로생각해서...
변호인 : 그럼 오늘 왜 진술햇어요.
이씨 : 계속 물어보시니까
변호인 : 검사가 아까 하나 물어보니까 증인이 따다다닥 이야기햇는데요.
이씨 : ...
특히 이 과정에서 이씨가 진술조서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한 번더 간 사실이 확인됐고, 재판부도 이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에 앞서 수사기관에서 진술조서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도 검찰에 직접 들어가 진술조서를 열람한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본인이 직접' 확인을 하겠다고 연락해 허용을 했다며 검찰사뮤규칙에 따르면 증인신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검사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서 향후 재판에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특감반장과 특감반원 이씨 모두 특감반에 들어가기 전 '검찰식구'였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검찰에 따르면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 온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 전 반장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됐는데, 이 전 반장은 법리상 직권남용의 상대방"이라며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되지만 특감반 상황에 비춰 처벌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 기소유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