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기사'식당] 재난지원금으로 군만두 FLEX, 박 사장이 웃었다
2020-06-04 14:27
중식당 운영 박 씨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한숨 돌렸다"
지난달 25일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율 큰 폭으로 떨어져
"긴급재난지원금 선별적 지원 어땠을까" 전문가 지적도
지난달 25일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율 큰 폭으로 떨어져
"긴급재난지원금 선별적 지원 어땠을까" 전문가 지적도
[편집자 주] 어서 오세요. 기사(記事)식당입니다. 얼굴 모르는 이들이 흘리는 땀 냄새와 사람 사는 구수한 냄새가 담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딩동'
지난 11일 40만 원이 계좌로 '신속배달'됐다.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지역 경기에 힘을 싣기 위한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렇게 투입된 긴급재난지원금은 29일 0시 기준 13조3354억 원. 이 중 내게 떨어진 '40만 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꺼져가는 경제 불씨를 살리기 위한 '작은 입김'이었다.
며칠 전 코로나19로 손님이 급감해 전통시장이 신음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40만 원에 불과한 작은 입김이 전통시장에 '숨통'이나 틔울 수나 있을까. 밑져야 본전. 당분간 유명 프랜차이즈 대신 '시장표' 먹거리를 사 먹기로 했다.
◆시장 곳곳 '긴급재난지원금 환영'
"없는 것보다야 낫지!"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에서 'ㅊ' 중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0)씨는 29일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침체한 시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 무려 '간짜장'과 '군만두'를 주문했다. 평소 '군만두는 서비스'라는 철칙을 스스로 깼다. 한마디로 '군만두 Flex(플렉스·'돈 자랑을 하다'는 뜻의 신조어)'다.
주방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점심시간 12시 30분. 하지만 이날 20평 남짓한 가게에 손님은 3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박 씨는 "이거라도 어디냐"는 반응이었다. 박 씨는 "우리 식당은 배달을 안 해요. 그러니까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전부인 셈인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안 오니 매장도 텅텅 비었었지"라며 말을 이었다.
박씨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은 죽음의 계곡에 빠질 뻔한 시장을 살린 '동아줄'이었다. 그는 "시장은 사람이 도는 만큼 돈이 돈다. 자장면 한 그릇에 5000원이라 당장 큰 이득을 보진 않지만, 이 정도라도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긴급재난 선불카드 사용 가능' 안내문이 시장 길목 양옆 점포마다 붙어 있었다. 양팔을 벌리면 닿을 정도의 좁은 시장 통로는 칼날이 도마를 부딪치며 내는 생선 손질 소리와 기름에서 막 튀겨 건져내는 시장표 '도넛' 향기가 채우고 있었다. '삑' 바코드 소리 대신 "얼마에요?" 가격을 묻는 사람 냄새도 은은하게 풍겼다.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이모(45)씨는 이날 코앞에 있는 대형마트를 두고 20분가량 더 걸리는 시장을 찾았다. 이 씨는 "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어려운 곳에 써야 효과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기부는 못 했을 지언정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에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열무는 만원이에요?"라고 묻는 이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상인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김태수 마천중앙시장 상인회장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죽어가는 골목 시장을 살린 '치료제'로 평가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송파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4월까지 잇달아 사태가 커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말도 못 했다"며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11일부터 시장에 끊겼던 발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나이 지긋한 어르신분들도 잘 사용하신다. 대게 이분들은 평소 잘 드시지 못했던 고기류를 많이 사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3일부터 소상공인 사업장 300개와 전통시장 220개 안팎 대상으로 매주 매출액 조사를 한 결과 전통시장 매출 감소율은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율은 39.6%로, 전주보다 12%포인트(p)나 하락했다.
◆'재난' 아닌 곳에 쓰인 긴급재난지원금?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때아닌 미국 '애플'이 웃기도 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 '제한'을 뒀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삼성디지털프라자·하이마트·전자랜드·LG 베스트샵 등 국내 대형가전제품 매장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애플 직영 매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리스비·윌리스 등 '판매 대행점'에서는 결제가 돼 '에어팟' 대란이 일어났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에어팟'을 구매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면서 너도, 나도 구매 방법을 물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11일부터 31일까지 네이버 '지식인'에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에어팟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약 160개가량 올라왔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오히려 글로벌 대기업의 배를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자제품만이 아니다. 성형외과도 때아닌 특수를 맞았다. 병원 매출 규모에 관계없이 사용처에 병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성형외과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배너광고를 내세우고 있다. '얼굴이 재난'이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용처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있는 부분은 알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과 관련해 개별 가맹점을 (사용 가능업종에) 넣고 빼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한 번 더?
침체한 지역경제와 국민 생활에 긴급재난지원금 약발이 먹히자 정치권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일 추가 긴급재난지원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전 국민 1인당 20만 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에 필요한 10조 3685억 원 규모의 예산을 정부의 3차 추경안에 포함해달라"는 입장을 지난달 29일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공급보다 수요를 보강해야 '돈맥경화'를 겪고 있는 지역경제의 숨통을 뚫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국민 1인당 20만 원 재난지원금 지급안에 동의한다"는 글을 올려 이 지사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시장 민심도 긍정적이다. 마천중앙시장에서 15년째 떡집을 운영하는 정모(52)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이 8월까지다. 앞으로 두 달가량 남았는데 코로나19가 그 이전에 끝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며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돼 기간도 연장된다면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수 마천중앙시장 상인회장도 "모두가 어려운 시국에 긴급재난지원금을 한 번 더 지급하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에 11조 원 규모가 투입된 만큼 경제적인 효과는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피해구제가 원칙인 만큼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곳을 찾아 '집중 치료' 했다면 지금보다 효과는 더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1원을 쓰더라도 정책 효과가 큰 곳에 써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 만난 김태수 마천시장 상인회장은 우스갯소리로 한 마디 얹겠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 오시는 분들을 만나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평소 드시지 못했던 고기나 과일을 주로 사드신다고 해요. 반드시 시장이 아니더라도 필요했던 곳에 사용하면 좋겠어요."
'딩동'
지난 11일 40만 원이 계좌로 '신속배달'됐다.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지역 경기에 힘을 싣기 위한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렇게 투입된 긴급재난지원금은 29일 0시 기준 13조3354억 원. 이 중 내게 떨어진 '40만 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꺼져가는 경제 불씨를 살리기 위한 '작은 입김'이었다.
며칠 전 코로나19로 손님이 급감해 전통시장이 신음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40만 원에 불과한 작은 입김이 전통시장에 '숨통'이나 틔울 수나 있을까. 밑져야 본전. 당분간 유명 프랜차이즈 대신 '시장표' 먹거리를 사 먹기로 했다.
◆시장 곳곳 '긴급재난지원금 환영'
"없는 것보다야 낫지!"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에서 'ㅊ' 중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0)씨는 29일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침체한 시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 무려 '간짜장'과 '군만두'를 주문했다. 평소 '군만두는 서비스'라는 철칙을 스스로 깼다. 한마디로 '군만두 Flex(플렉스·'돈 자랑을 하다'는 뜻의 신조어)'다.
주방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점심시간 12시 30분. 하지만 이날 20평 남짓한 가게에 손님은 3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박 씨는 "이거라도 어디냐"는 반응이었다. 박 씨는 "우리 식당은 배달을 안 해요. 그러니까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전부인 셈인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안 오니 매장도 텅텅 비었었지"라며 말을 이었다.
박씨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은 죽음의 계곡에 빠질 뻔한 시장을 살린 '동아줄'이었다. 그는 "시장은 사람이 도는 만큼 돈이 돈다. 자장면 한 그릇에 5000원이라 당장 큰 이득을 보진 않지만, 이 정도라도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긴급재난 선불카드 사용 가능' 안내문이 시장 길목 양옆 점포마다 붙어 있었다. 양팔을 벌리면 닿을 정도의 좁은 시장 통로는 칼날이 도마를 부딪치며 내는 생선 손질 소리와 기름에서 막 튀겨 건져내는 시장표 '도넛' 향기가 채우고 있었다. '삑' 바코드 소리 대신 "얼마에요?" 가격을 묻는 사람 냄새도 은은하게 풍겼다.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이모(45)씨는 이날 코앞에 있는 대형마트를 두고 20분가량 더 걸리는 시장을 찾았다. 이 씨는 "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어려운 곳에 써야 효과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기부는 못 했을 지언정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에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열무는 만원이에요?"라고 묻는 이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상인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김태수 마천중앙시장 상인회장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죽어가는 골목 시장을 살린 '치료제'로 평가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송파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4월까지 잇달아 사태가 커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말도 못 했다"며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11일부터 시장에 끊겼던 발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나이 지긋한 어르신분들도 잘 사용하신다. 대게 이분들은 평소 잘 드시지 못했던 고기류를 많이 사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3일부터 소상공인 사업장 300개와 전통시장 220개 안팎 대상으로 매주 매출액 조사를 한 결과 전통시장 매출 감소율은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전통시장 매출액 감소율은 39.6%로, 전주보다 12%포인트(p)나 하락했다.
◆'재난' 아닌 곳에 쓰인 긴급재난지원금?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때아닌 미국 '애플'이 웃기도 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 '제한'을 뒀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삼성디지털프라자·하이마트·전자랜드·LG 베스트샵 등 국내 대형가전제품 매장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애플 직영 매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리스비·윌리스 등 '판매 대행점'에서는 결제가 돼 '에어팟' 대란이 일어났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에어팟'을 구매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면서 너도, 나도 구매 방법을 물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11일부터 31일까지 네이버 '지식인'에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에어팟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약 160개가량 올라왔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오히려 글로벌 대기업의 배를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자제품만이 아니다. 성형외과도 때아닌 특수를 맞았다. 병원 매출 규모에 관계없이 사용처에 병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성형외과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배너광고를 내세우고 있다. '얼굴이 재난'이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용처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있는 부분은 알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과 관련해 개별 가맹점을 (사용 가능업종에) 넣고 빼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한 번 더?
침체한 지역경제와 국민 생활에 긴급재난지원금 약발이 먹히자 정치권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일 추가 긴급재난지원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전 국민 1인당 20만 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에 필요한 10조 3685억 원 규모의 예산을 정부의 3차 추경안에 포함해달라"는 입장을 지난달 29일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공급보다 수요를 보강해야 '돈맥경화'를 겪고 있는 지역경제의 숨통을 뚫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국민 1인당 20만 원 재난지원금 지급안에 동의한다"는 글을 올려 이 지사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시장 민심도 긍정적이다. 마천중앙시장에서 15년째 떡집을 운영하는 정모(52)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이 8월까지다. 앞으로 두 달가량 남았는데 코로나19가 그 이전에 끝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며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돼 기간도 연장된다면 우리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수 마천중앙시장 상인회장도 "모두가 어려운 시국에 긴급재난지원금을 한 번 더 지급하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에 11조 원 규모가 투입된 만큼 경제적인 효과는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피해구제가 원칙인 만큼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곳을 찾아 '집중 치료' 했다면 지금보다 효과는 더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1원을 쓰더라도 정책 효과가 큰 곳에 써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 만난 김태수 마천시장 상인회장은 우스갯소리로 한 마디 얹겠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 오시는 분들을 만나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평소 드시지 못했던 고기나 과일을 주로 사드신다고 해요. 반드시 시장이 아니더라도 필요했던 곳에 사용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