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노래방]①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2020-06-04 08:00
1991년 부산서 국내 첫 노래방 탄생...1999년 청소년 출입 허용되면서 급격히 증가
2011년 3만5316개로 정점 찍었던 노래방, 점점 감소...1년 평균 매출액 4400만원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3월 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코인 노래방이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가수 이선희가 1985년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 수록곡 ‘아! 옛날이여’의 한 소절처럼 노래방은 어느덧 지난 시절이 됐다. 편하게, 그리고 쉽게 건넸던 “노래방 가자”는 말이 지금 이순간에는 너무나 낯설게 들린다.

그래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노래 멜로디와 가사가 세월 속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노래방과 관련된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은 우리를 그 시절로 안내한다.

되돌아보면 가족·친구들·직장 동료들과 참 많이도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못다 이룬 ‘가수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하나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그땐 그랬다.

이런 노래방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30년 전이 1991년 4월이다. 부산 사하구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 내부에 1.6평의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동전 300원을 넣으면 반주가 나오는 기기가 설치됐다. 일본에서는 이노우에 다이스케가 발명한 반주기 ‘가라오케’가 1980년대부터 대중화됐다. ‘가라오케’는 가짜 오케스트라’라는 의미의 일본 단어다.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운 부산에서 시작된 ‘노래방 바람’은 전국적으로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2년 만인 1993년 전국에 2만여 업체가 생겨났다.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1997년 한 조사에서는 고교생이 가장 선호하는 놀이장소로 노래방이 꼽혔다. 학교 근처의 노래방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문화는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99년 3월에는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노래방의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졌다. 오후 10시 이전 청소년들의 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노래방의 인기는 더욱 커졌다. 전국의 노래방 수는 2011년 3만5316개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2011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온 노래방 수는 2015년과 2016년 코인노래방 창업 열풍으로 반짝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줄어들고 있다.

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문화가 확산되면서 회식 문화도 크게 바꿨다. 1차에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 됐다. ‘술을 깨기 위해서’라는 구실이 붙었던 2차 장소도 노래방이 아닌 커피숍으로 바꿨다. 마이크가 설 곳은 점점 좁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5월 19일 발표한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8년 노래연습장 운영업체 수는 3만3006개이며 업체당 1년 평균매출액은 44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 전체 매출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2016년 1조5166억2200만원을 기록했던 노래연습장 운영업 전체 매출은 2017년 1조5031억1500만원, 2018년 1조4450억1500만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2019년 7월에 펴낸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노래방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에서 “일부 고급화된 노래방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평균 업력 14년2개월인 노래방들의 시설 상당수가 노후화된 것도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