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미중갈등의 문명사적 해석
2020-06-03 14:09
미.중 간의 첨예한 갈등은 세계질서의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어느덧 양국의 갈등은 서로가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이 되어 버렸다. 세계화에 조종이 울리면서 신냉전의 서막은 올랐다.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의 동아시아 배치에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편을 든다고 비방하면서 연간 20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중단했다.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며 자유무역체제를 조롱하는가 하면, 푸른 점 네트워크(BDN)와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통해 중국 봉쇄 경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G7에서 G12로 확대 재편을 구상하면서 자신들의 가치동맹 편승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 정책과 인류운명공동체라는 중국식 천하주의에 동참하라고 주변국들에 강권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주변국들은 미·중의 갈등 심화에 내심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 미·중의 편가르기에서 자유로운 국가들은 없어 보인다. 특히 미·중 갈등의 틈새에서 운신의 폭이 가장 좁은 한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이라는 등거리 외교와 전략적 모호성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역사는 황하와 양자강 주변의 지리공동체에서 문명공동체로, 그리고 정치공동체에서 운명공동체로 발전했다. 사회경제학의 대가 칼 비트포겔(Karl A. Wittfogel)이 중국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수력사회의 치산치수를 위한 중앙집권적 권위가 절대적으로 인정받는 초안정적 사회였다. 외부세력이 중원지방을 공격하지 않는 한 공동체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중국역사에서 중원지방이 주변세력보다 강성할 때 중원세력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주변세력이 중원세력보다 강성하여 중원지방을 위협할 때 중원세력은 주변세력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하여 중원의 안정을 도모하였다. 대표적으로 지금의 서안(西安: 西邊安寧)이나 장안(長安: 長久安定)은 그 명칭 자체가 혼란을 극복하고 태평성대로 진화하는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세력은 미국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수위조절이 안 되는 대중공세 레토릭은 파괴력을 상실하고 있다. 성경에서는 ‘만사에 다 때가 있어서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트럼프는 이런 성경의 가르침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성경을 인애(仁愛)를 실천하는 수단이 아니라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천시(天時)와 지시(地時) 그리고 인시(人時)를 통한 상황분석의 예측 가능성을 설파하고 있다. 즉, 미국이 중국을 위협하고 공격적 성향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에 대해 방어적 공격을 하고 있는 형국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