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코로나 이후 미중 러브콜 받을 한국, 무엇을 해야 하나?
2020-04-26 14:57
이런 상황 하에서 미·중 간의 갈등은 여전히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민주 국가들은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세계화 물결에 편승하고, 자본주의 세계 체제로 다시 편입되면 서구 보편적 가치를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들의 희망사항에 부응하지 않았다. 미국은 대중 무역전쟁과 과학기술전쟁을 시작하며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반(反) 중국 정서를 형성, 미·중 관계는 민감한 시점에 다다랐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미·중관계가 상호의존적 협력이 아닌 신냉전이 소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중국이 변하지 않으면 1차적으로 미·중은 '경제 냉전'의 심연으로 빠질 수 있을 것이고, 2차적으로는 아시아·유럽·미주 등 3분할된 지역주의와 역세계화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0년간 미국이 지탱해온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은 국부와 권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국내 통치를 통해 확보한 정권의 정당성, 국제사회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 그리고 위기 때마다 필요한 리더로서의 조정력 등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지도력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미·중은 핵심이익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국제공공재를 공급하면서 협력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미·중이 충돌하면 국제사회가 요동을 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글로벌 사회에서 미·중은 ‘제로섬 게임’은 피해야 한다. 현 상태에서는 미·중 간의 ‘세력균형(均势)’이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한반도의 봄을 견인했던 4·27 판문점회담도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채 어느덧 2주년이 되었다. 최근 기사화된, 미 국방부가 10년 전에 작성한 북한 급변 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한반도 분할점령 기획 보고서를 접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우리가 북한과 평화공존을 못한다면 강대국에 의한 인위적 분할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음을 목도했다. 지금부터라도 강대국에 의한 분할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남북한이 평화공존을 할 수 있는 길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 덩샤오핑은 100년의 도광양회를 유훈으로 남겼고, 오늘날의 중국을 견인하는 영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하였다. 한반도에서는 누가 덩샤오핑이 될 것인가?
현재 세계가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도 제2의 봄이 올 것으로 믿고 싶다. 이 천재일우의 기회에 우리도 정쟁을 멀리하고 국가 대개조를 위한 100년의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이 기획의 중심은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남북한과 공존을 통해 모두가 윈-윈하는 공존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기 한국은 ‘미국이냐’ 아니면 ‘중국이냐’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통일된 한반도가 주변 강국들의 적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게임체인저가 될 북핵, 사드 재배치, 중거리 핵 탄도미사일(INF) 한반도 배치 등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난제들임엔 분명하다. 그와 동시에 통일의 전 단계로서 장기간 존속되어야 할 ‘한반도 평화레짐’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주변국관계에서 수사어만 난무한 정치적 레토릭은 그만두고 실질적으로 협력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새 판을 짜야 할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