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헛발질에 코로나19 '핫스팟' 된 브라질

2020-05-24 14:24
23일 하루에만 1만6500명 넘게 신규 확진
누적 확진자수 세계 2위·사망자 세계 6위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5만명에 육박하면서 단숨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뛰어올랐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가벼운 감기'로 치부하면서 감염 억제를 등한시한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34만7398명이다. 사망자는 2만2000명을 넘어섰다. 23일 하루에만 1만6508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는 965명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남미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한 가운데 남미에서 브라질의 확진자와 사망자 비중은 57.2%와 71.8%에 달한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는 몰아치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의료붕괴의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상파울루 병원 가운데 으뜸이라는 에밀리오 리바스 전염병 연구소조차 병상이 동났고 의료진마저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어나가는 상황이다. 에밀리오 리바스 전염병 연구소 중환자실 의사들은 코로나19를 몇 번이나 '가벼운 감기(little flu)'로 치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 "혐오스럽다, 무식하다"라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CNN은 전했다.

여전히 감염 억제에 고전하면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책을 뒷전으로 하고 경제 활동 재개에 방점을 찍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담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람들이 죽어가는가? 그렇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인해 경제가 파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그 유사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전염병 대응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브라질 보건장관 두 명이 잇따라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면서 사퇴한 배경이기도 하다. 임시로 군 장성이 수장을 맡은 브라질 보건부는 최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어 지방 정부과 의료계의 커다란 반발을 사기도 했다. WHO조차 22일 브라질 보건부의 조치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