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트리플 역세권에 임대주택?…실수요자들은 '분통'

2020-05-07 18:39
용산정비창에 8000가구 규모 미니신도시 조성
"일반 매수자들만 피해" "열심히 살았는데 상대적 박탈감"
일부선 "시장 안정 의지 강력 시그널" 긍정적 반응

[용산정비창 부지. 연합뉴스 ]


"트리플 역세권과 배산임수, 한강 조망 입지에 임대주택이라...이 정부가 지향하는 게 '기회의 평등'인지 '결과의 평등'인지 진정 되묻고 싶네요."

"강북판 '로또분양'이네요. 저 정도 입지에 당첨되는 일반분양자들은 최소 전매제한 30년은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은 서울 용산구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 규모 '미니신도시'를 짓겠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 입지 신축주택에 대한 공급불안으로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에 달려들지 말고, 정부를 믿고 더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강력하게 보낸 셈이다.

무주택자와 젊은층을 배려한 이 같은 정책에 정작 30~40대 실수요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전날 발표된 정부의 '5·6공급대책'에 관련된 불만이 폭주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열심히 모아서 집 한채 겨우 산 사람한테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주는 정책', '애먼 실수요자만 잡는다', '서울 용산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이 경악스럽다' 등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41)는 "지난해 겨우 집을 장만했는데 이번 대책을 보면서 참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용산 금싸라기 땅에 8000가구를 짓는다고 해도 일반 직장인들은 그 혜택을 보기 어렵고, 일반 집값만 떨어뜨려 힘들게 매수한 사람들만 피해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씨(45)는 "열심히 살아서 연봉을 높여 취직한 사람들은 알뜰하게 모아 제값을 치르고 집을 사는데 정부는 이런 대다수 사람을 적폐로 보는 것"이냐면서 "로또분양으로 얻는 5억~10억의 시세차익은 평범한 맞벌이 부부의 20년 세월과 맞먹는데 수도권도 아니고 굳이 서울 반포, 용산, 압구정, 여의도 등 핵심부지에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30만 가구를 사전청약제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사전청약제도는 결국 집이 당장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현재 유동자금을 미래의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시그널"이라면서 "결국 부동산 투자는 불패신화라는 믿음만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 랜드마크를 지어 국제도시로 탈바꿈하는 대신 대규모 공공주택이 조성됨에 따라 용산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용산에 사는 주민 김모씨(50)는 "교통망, 용산국제공원 개발, 한강접근성, 배산임수 최적화 등 서울에서 가장 금싸라기 땅을 성냥갑 임대아파트 베드타운으로 만든다는 이번 정부의 역발상(?)이 놀랍다"면서 "주거안전성은 높였을지 몰라도 도시개발 측면으로는 하향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성북동에 사는 전모씨(45)는 "이번 대책은 용산만의 이슈가 아니라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서울 중심부에 신축 아파트를 언제든지 공급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라며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코로나19로 고용이 위축된 상황에서 내수활성화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동구에 사는 이모씨(39)는 "용산구 개발부지보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제도가 실수요자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같다"면서 "부동산 가격은 추격매수가 따라줘야 하는데 신도시 30만 가구가 순차적으로 사전청약으로 묶이면 지금의 집값을 받쳐줄 실수요자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