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의 나라' 미국서 햄버거 못 먹는다...육류 공급난 심화

2020-05-06 22:53
패스트푸드 체인점 웬디스, 전체 매장 20%서 소고기 메뉴 못 팔아
임파서블푸드·비욘드미트 등 대체 육류 업체, '채식 버거' 판매 확대

코로나19가 햄버거 공급망까지 파고들었다. 미국의 주요 육류 공장 직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조업 중단이 잇따르자 '육류 대란'이 현실화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햄버거 체인점은 때아닌 육류대란에 원활한 유통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햄버거의 나라' 미국에서 햄버거를 못 먹는 처지에 빠졌다.

5일(현지시간) CNN, 가디언 등 외신은 시장조사업체 스티븐슨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미국 내 웬디스 매장 5곳 가운데 1곳은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소비자에게 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웬디스는 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미국에는 5500개의 웬디스 매장이 있는데 이 가운데 1043개 매장이 현재 육류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 웬디스는 "코로나19로 북미 전역의 소고기 공급업체 가공에 문제가 생기면서 육류 공급량이 부족하다"며 "일부 메뉴의 판매가 일시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웬디스는 냉동육이 아닌 신선육을 사용하는 탓에 다른 업체에 비해 육류 공급 차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웬디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고객과 식당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으며 공급업체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육류 공급업체인 타이슨푸드 역시 때아닌 육류 대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타이슨푸드는 지난달 6일 아이오와에 있는 돼지고기 가공 공장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직원 20여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타이슨푸드는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오와 공장에서 가공하는 돼지고기를 다른 공장으로 보내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19가 미국 식품 생산기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탓에 조업을 이어가던 공장들이 차례대로 항복을 선언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농무부가 내놓은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소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했고, 돼지고기 생산량은 15% 줄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육류 대란 우려가 커지자 이들 가공업체에 계속 공장을 가동하도록 지시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스미스필드푸드, 타이슨푸드, JBS USA 홀딩스 등 굴지의 회사들을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10여 곳의 주요 소고기·돼지고기 가공공장이 문을 닫았다.

미국 농업 분야 협동조합은행 코뱅크의 이코노미스트인 윌 소이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미국 육류 공장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를 다시 불러오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고 지적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육류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는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육류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채식 버거 생산업체들이 공급을 늘리고 있다. 식품 스타트업 임파서블푸드는 미국 전역에 있는 1700개 크로거 식료품 매장에서 식물 단백질을 사용해 만든 채식버거를 이번 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파서블푸드는 "채식 버거 등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대체 육류 제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도 소매점에 할인된 가격으로 채식 버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