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프로 스포츠…야구 ‘어린이날’·축구 ‘어버이날’ 개막
2020-05-06 00:00
프로 스포츠가 긴 잠에서 깨어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일정이 불투명했던 KBO리그와 K리그가 ‘가정의 달’ 5월 개막한다. KBO리그는 애초 일정보다 39일 늦은 ‘어린이날’(5월 5일) 개막의 팡파르를 터트렸다. 이는 국내 스포츠 중에서 가장 빠른 개막이다. K리그1은 애초 일정보다 68일 늦은 ‘어버이날’(5월 8일) 대장정을 시작한다.
▲ 개막 팡파르 터트린 프로야구, 변수 넘치는 39번째 시즌
KBO리그는 5일 전국 5개 구장(잠실·문학·수원·대구·광주)에서 무관중으로 펼쳐졌다. 이는 1982년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5월 개막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탓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무관중으로 시작해 추이를 봐가면서 관중석을 채운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 10개 구단은 5일을 시작으로 10월 중순까지 팀당 144경기를 소화한다. 빡빡한 일정으로 오는 12일부터는 비 등으로 취소된 경기는 즉각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로 대체된다. 이는 변수로 떠올랐다. 피로 및 무리로 인한 선수 부상 시 팀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출범 이후 최초로 시범경기마저 취소된 바람에 각 팀은 지난달 21일부터 1일까지 팀당 6차례의 ‘연습경기’로 몸을 풀고 출발선에 섰다. 예년과 비교하면 실전 경험이 부족한 상황. 이는 100%로 채워야 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줬다.
끌어올리지 못한 컨디션도 문제지만 외국인 선수들도 문제다. 뒤늦게 한국으로 돌아온 5개 팀 외국인 선수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느라 페이스를 끌어 올리지 못했다. 그중 투수들은 개막 3연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코로나19 추가 확진 역시 큰 변수다. KBO 사무국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개막 후 선수단 내 코로나19 유증상자 발생 시 해당 인원을 격리한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역학조사에 들어가고, 접촉자들은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이는 해당 구장 폐쇄와 긴급 실행위원회 또는 이사회를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검토한다.
KBO 사무국에게는 코로나19 확진 방지가 숙제로 남았다. 선수단 발열 체크를 시작으로 심판과 1루·3루 주루 코치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침을 뱉는 행위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리그 규정도 변경됐다. 1군 엔트리가 28명으로 한 명 늘었다. 이 중 26명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처럼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부상자명단 제도다. 각 팀 외국인 선수 3명은 인원수에 제한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종전에는 3명 중 두명만 뛰었다. 최종 순위 동률 1위 팀이 나오면 결정전을 치르고 한국시리즈로 직행한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벤치의 풍경도 다채로워졌다. 외국인 선수 30명 중 15명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MLB에서 화려한 이력을 남긴 매트 윌리엄스 감독이 KIA 타이거즈의 지휘봉을 잡는 등 4명의 감독이 KBO리그 데뷔를 앞뒀다.
오승환과 나성범도 부활을 노린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7년 만에 복귀전을 치른다. 지난 시즌 수술대에 오른 나성범(NC 다이노스)은 이번 시즌 부활의 신호탄을 쏜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하는 선수들도 있다. 박용택(LG 트윈스)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은 해외 진출로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통합 챔피언 두산 베어스와 막강한 공격 라인업을 구축한 키움 히어로즈를 2강으로 꼽았다.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kt wiz, SK 와이번스는 5강 후보로 입에 오르내렸다.
▲ ‘어버이날’ 팡파르 프로축구, 27라운드 혈전
하나원큐 K리그 2020은 지난 2월 29일 개막 예정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68일 연기됐다. K리그1(1부리그) 1라운드 개막전은 오는 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로 시작된다.
12팀으로 구성된 K리그1은 지난 시즌 우승팀 전북 현대를 필두로 울산 현대,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대구FC, 강원FC, 상주 상무, 수원 삼성, 성남FC, 인천 유나이티드, 광주FC, 부산 아이파크가 포진했다.
10팀으로 구성된 K리그2(2부리그)는 지난 시즌 강등된 경남FC와 제주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FC안양, 부천FC, 안산 그리너스, 전남 드래곤즈, 충남 아산, 수원FC, 대전하나시티즌, 서울 이랜드FC가 승격에 도전한다.
이번 시즌 프로축구의 최대 변수는 역시 코로나19다.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 K리그1은 12개 팀이 22라운드를 치른 뒤 상위 6팀과 하위 6팀으로 나누어 우승팀과 강등팀을 결정하는 파이널A·B 5라운드 소화에 나선다. 이는 예년 38라운드(33라운드+스플릿 5라운드)보다 11경기가 줄은 27라운드 일정이다.
강등팀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상무가 상주시와의 연고 협약 종료로 K리그2로 추락한다. 상무의 성적에 따라 두 가지 길로 나뉜다.
상무가 K리그1 최하위를 기록하면 K리그2 우승팀과 자리를 맞바꾼다. 또 K리그1 11위 팀과 K리그2 플레이오프(PO·2~4위 팀 대결) 승리 팀은 승강 PO를 펼친다. 상무가 최하위가 아닐 경우 K리그1 최하위 팀과 상무가 강등되고, K리그2 우승팀 및 PO 승리 팀이 승격한다. 이 경우 승강 PO는 열리지 않는다.
K리그2도 36라운드에서 27라운드로 축소됐다. 팀당 세 번 맞붙는 꼴이다. 개막전은 오는 9일 오후 1시 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서울 이랜드FC가 격돌한다.
시즌 도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리그 전체를 중단한다. 정상적인 리그의 인정 기준은 K리그1 22라운드, K리그2 18라운드다. 시즌이 성립되지 않을 시 우승이나 순위는 가리지 않고, 팀과 개인의 경기만 기록된다.
이번 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로는 전북 현대가 꼽혔다. 지난해 K리그1 챔피언으로 3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3연패 달성은 역사상 세 번째다. 첫 번째(1993~1995년)와 두 번째(2001~2003년)는 성남이 차지했다.
전북은 7개의 별을 보유하고 있다. 11시즌 동안 7번 우승했다. 만약 이번 시즌 우승한다면 두 가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K리그 최초 4연패 달성과 역대 최다 우승(8회)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록 경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스쿼드에 변화가 생겼다. 로페즈가 상하이 선화(중국)로 떠나고, 문선민과 권경원이 상주 상무에 입대했다.
물론 라이언킹 이동국은 여전히 건재하다. 새로운 피도 수혈됐다. K리그1 MVP 김보경과 조규성,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 공격수 출신 벨트비크 등을 영입해 전력 보강을 마쳤다.
그 외 11개 팀은 ‘전북 타도’를 외친다. 울산은 이청용을 필두로 조현우, 원두재, 윤빛가람을 영입해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에는 K리그 사상 처음으로 80(골)-80(도움) 클럽의 주인공이 탄생할 가능성이 열렸다. 이동국(전북 현대)과 염기훈(수원 삼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동국은 통산 224골 77도움으로 80-80클럽 가입을 위해서 도움 3개가 남았다. 염기훈은 73골 106도움으로 7골을 때려 넣으면 클럽에 가입된다.
생존과 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광주FC는 3년 만에, 부산 아이파크는 5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왔다. 칼을 갈고 승격한 두 팀 앞에 K리그1 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가 버티고 섰다. 1부 승격을 향한 도전도 흥미를 유발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 설기현과 황선홍이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지략 대결을 펼친다.
설기현은 경남FC 감독이고, 황선홍은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다. 그중 대전하나시티즌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황선홍 감독을 선봉에 두고 허정무 이사장이 뒤를 받친다. 튼튼한 두 기둥을 기반으로 'K리그1으로 직행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승격 전도사도 K리그2에 등장했다. 광주FC와 성남FC의 승격을 이끌었던 남기일 감독이 제주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