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에 이례적으로 사모펀드 IMM 첫 지정

2020-05-03 12:00
HMM·장금상선·KG·삼양 등 5개 집단 신규 지정
반도체·석유화학 부진에 대기업집단 경영실적 악화
올해부터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 매년 발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HMM(옛 현대상선)과 장금상선, IMM인베스트먼트, KG, 삼양이 추가됐다. 올해 신규 지정 집단은 2017년 공기업 집단이 제외된 이후 최대다. 새로운 유형의 집단도 지정됐다.

공정위는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64개 기업집단(소속 회사 2284개)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통지했다고 3일 밝혔다.

HMM은 운용리스 관련 자산이 증가했으며, 장금상선은 흥아해운 컨테이너사업부 인수와 신규 선박 투자 영향으로 자산이 늘었다. KG는 KG동부제철 등 M&A를 통해 자산을 늘렸다. 삼양은 계열회사의 사채발행과 당기순익 증가한 영향이 컸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PEF) 집단 중에선 처음으로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일반적으로 PEF는 여러 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 1인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금융·보험사이거나 소속 회사가 모두 금융·보험사이면 금융 관련 법령에서 이미 규제하고 있어 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IMM인베스트먼트는 다른 PEF 집단과 달리 지성배 대표의 지분율이 42.76%에 이르고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에서도 지성배 대표를 동일인으로 기재해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IMM인베스트먼트는 컨설팅 회사로 금융·보험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정 예외 사유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34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는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대우건설이 새로 들어오고 OCI가 빠졌다. 대우건설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 관련 자산이 증가한 반면 OCI는 폴리실리콘 업황 악화로 자산이 줄었다. 소속 회사 수는 1421개로 전년 대비 52개 증가했다.

계열회사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집단은 카카오였다. 인터넷전문은행, 스마트모빌리티 등 신규 사업 투자로 계열사가 26개나 증가했다. 카카오는 자산총액 기준 순위도 지난해 32위에서 23위로 뛰어올랐다. 자산총액 기준 순위가 가장 크게 뛰어오른 곳은 넷마블로, 코웨이 인수에 따라 자산이 늘어나면서 57위에서 47위로 올라섰다. 

대기업집단의 경영실적은 악화했다. 매출액은 1401조6000억원으로 전년 1422조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8조원으로 48.1%나 급감했다. 지난해 반도체,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하면서 상위집단의 실적이 악화한 게 주요 원인이다.

자산총액 기준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간 격차는 감소했다. 상위 5개 기업집단(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의 자산총액이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5개 집단의 자산총액은 1.4%p 하락한 52.6%였다. 매출은 55.7%(1.4%p 하락), 당기순이익은 68.5%(3.7%p)의 비중을 차지했다.

자산 대비 경영성과는 상위 집단일수록 높게 나타나는 경향은 유지했다. 그러나 자산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은 10조원 미만인 집단에서 2.5%로 더 높았다.

대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3.9%p 증가했다. 금호아시아나(364.8%p), 교보생명보험(46.4%p) 등의 부채비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수가 늘어나는 것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로 경제의 선순환이 잘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3년 주기로 발표했던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을 매년 분석해 발표하는 만큼 정보공개 대상의 확대, 분석기법 고도화로 양질의 정보를 시장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