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김정은 잠행에 '뇌사설'부터 '사망 후 화장'까지…가짜뉴스 극성

2020-04-23 15:43
미국 법무부 장관 도용 '김정은 사망' 가짜 트위터 확산
"정부 '김정은 사망 후 화장' 발표" 낚시성 뉴스도 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례적 잠행에 건강 이상설까지 제기된 가운데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가짜뉴스도 등장했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대북 소식통발(發) 주장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교민들 사이에서 “급보 알림: 미국 법무부 장관 빌 바가 방금 김정은이 36세로 사망했다고 트위터(문자) 했습니다(Bill Barr just tweeted KJU is brain dead at age 36)”라는 글이 퍼졌다. 빌 바는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의 영어 애칭이다.

아울러 바 법무부 장관의 공식 트위터 계정과 같은 계정에 해당 내용의 글이 게재된 캡처본도 함께 퍼졌다. 해당 캡처본에는 교민들 사이에서 퍼진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36세에 사망했다고 한다(NORTH KOREA SUPREME LEADER KIM JONG-UN IS REPORTEDLY BRAIN DEAD AT AGE 36)”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바 장관의 공식 트위터 계정 속 해당 게시물은 없는 상태로 조작된 캡처본일 가능성이 크다. 가짜뉴스라는 의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3일에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속보] 정부, “北 김정은 수술 후 이미 화장(火葬)까지 끝내” 발표’라는 제목의 URL이 퍼졌다. 해당 URL을 클릭하면 여자처럼 화장(化粧)한 김정은의 얼굴이 등장한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른바 ‘낚시성’ 게시물인 것이다. 

6년 전인 지난 2014년에도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담긴 이른바 ‘지라시’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 이슈가 된 바 있고,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보도가 나오자마자 해당 ‘지라시’는 ‘재탕’됐다.

문제의 ‘지라시’에는 총 8가지 내용이 담겼고, ‘김정은 뇌사판정’, ‘김여정, 권력자로 등장’, ‘아시안게임 중 방한한 북한 실세 3인방 전권 행사’, ‘평양 내 여러 세력에 의한 알력싸움 심한 상태’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날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014년에 돌았던 지라시 내용과 거의 비슷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사진=연합뉴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김 위원장의 위중, 사망설 주장에 북한 전문가들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라고 지적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북한뿐만 어느 나라든 간에 제1급 비밀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외국 언론이 특별히 정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하지 않고 보도한다는 것 자체는 일단 형식에서도 의문점이 간다”고 말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 3일 만에 중태설까지, 굉장히 구체적으로 뇌사 상태라고 나올 정도면 어마어마한 정보력”이라며 “은폐된 북한에서 그 정도 빠른 시간 내에 디테일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