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긴급재난지원금 '先지급·後환수'…'현행법상 불가'

2020-04-22 11:18
소득세법상 '보조금'…과세 대상 소득 아냐
'가구당' 지급·'개인당' 과세…단위 달라 문제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규모와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을 중심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지급을 위해 '전 국민 선(先)지급, 상위 소득층 후(後) 세금 환수' 방안이 제기됐다. 이 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가능한지 22일 따져봤다.


① 긴급재난지원금, 선(先)지급 후(後)환수 가능하나?

현행 소득세법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 소득세법에선 국가가 무상 지급한 보조금 성격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에 규정돼 있지 않아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금을 거두는 대상인 각 세목이 법에 명시된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세목에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긴급재난지원금이 해당되는 세목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득세 과세 대상은 법에 열거가 다 되어 있어야 한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은 사업소득도 아니고 이자소득도 아니다. 기타소득에도 열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재난지원금도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 소득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별도로 과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상위 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현행 소득세법 체계에서는 상위 30%만 과세하기 어렵고 소득이 없는 고액 자산가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생기는 점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② 현행법상 과세 대상에 복지 수당 등 국가 보조금을 포함하는 방안은?

'줬다가 뺏는다'는 조세 저항에 부딪힐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조세 전문가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등 복지 수당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자는 주장을 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향후 정부의 복지 지출이 늘어날 전망이니, 복지 수당을 소득의 범주에 포함해 재정 부담을 줄이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줬다가 뺏는다'는 여론의 반발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③ '선(先)지급 후(後)환수' 방침에 다른 문제는 없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단위와 세금 환수 단위가 다른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에는 소득 하위 70%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반면 환수 절차인 연말정산은 '개인' 단위로 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단위와 세금 환수 단위가 다른 것이다.

가구 구성원 소득 합계액 등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지급했다가 연말정산 시 개인별로 환수할 경우 자녀가 없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 가구는 지원금은 받지도 못하고 세금만 더 내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④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먼저 국회 입법 절차를 통과하려면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긴급하게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한 법 제정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회성 사안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 3동 일대에서 오는 4.15 총선 수성구갑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