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멈추지 않는 자금 유출… 순자산 3000억원 붕괴되나

2020-04-20 06:00
연초 이후 수익률 -7.68%, 1년 사이 15% 빠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가 공들여온 코스닥벤처펀드 자금 이탈이 끝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이어지면서 증권사의 유동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수익률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회복세는 감감무소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손실 부담이 높아진 데다 메자닌 시장의 불안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 코스닥벤처펀드(공모형) 설정액은 지난 17일 기준 4311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427억원이나 빠져나가면서 설정액 4000억원도 위태롭다. 펀드를 처음 내놓은 2018년 4월부터 보면 더 심각하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순자산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2조원(공모+사모)을 넘어섰지만, 이제는 순자산 3624억원(공모형)으로 줄었다.

최주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는 IPO 우선배정과 소득공제로 빠르게 설정액이 증가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침체와 맞물리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익률도 저조하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7.68%를 기록했다. 1년 사이에 15% 가까이 빠졌다. 그나마 1개월 사이 14.89%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었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닥지수는 5.23% 빠졌다. 앞서 출시 첫해 코스닥벤처펀드의 6개월간 평균수익률은 10% 손실을 넘나들었다.

몸집이 가장 큰 KTB코스닥벤처1호 펀드의 경우 1년 사이 자금이 1331억원가량 빠졌다. 12개 공모 펀드 중 설정 후 성과가 가장 부진한 상품은 KB자산운용 코벤펀드로, 같은 기간 수익률이 9% 가까이 하락했다. 부진한 수익률에 이어 전환사채(CB) 투자 집중으로 인한 후유증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나 CB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CB 수요가 몰리면서 코스닥 기업들의 CB 발행은 2017년 3조3734억원(394건)에서 2018년 5조3398억원(50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도 4조5725억원(318건)을 찍어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가 투자 의무 조건을 채우기 위해 코스닥·벤처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대거 사들였는데, 경쟁 과열로 제로 금리 채권이 발행되는 등 가격 왜곡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현재 부진한 한국형 헤지펀드에서 메자닌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만큼 한동안 안정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초까지 23조원이었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8월 말 35조원까지 성장했지만,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10월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 배정,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코스닥·벤처 기업에 자산의 50% 이상을 넣도록 한 펀드다. 올해 안에만 가입하면 10%까지 소득공제(한도 300만원) 혜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