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 ‘선거’ 대신 ‘쩐’ 언급한 文 “국민 70% 재난지원금 사전 신청하라”(종합)

2020-04-14 21:00
국무회의서 재정 집행 속도 지시…“추경 심의 기다릴 상황 아냐”
통합당, ‘매표 행위’ 강력 반발…김종인 “여권, 급하긴 급한 모양”
靑, 코로나19 후 소득 급감 가구 별도 이의신청 접수 받을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야권의 비판의 중심에 섰다. 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면서다.

이미 정부의 결정대로 여야가 총선 후 일괄 지급하기로 한 재난지원금을 재차 강조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야권은 ‘매표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가 추경안을 심의해서 통과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청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국회 심의 이전에라도 지급 대상자들에게는 빨리빨리 신청을 받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추경(추가경정예산) 심의에 걸리는 시간을 뛰어넘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는 국회가 추경안을 확정하기만 하면 신속히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들이 미리 행정 절차를 마쳐놓으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생계를 지원하고,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위기 대응 목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하위 70% 가구에 100만원(4인 이상 가구 기준)을 지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9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 편성을 마쳤고, 총선 직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건보료가 올해 소득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급감한 가구에 대해서는 이의 신청도 받을 예정이다.

야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진을 오세훈 후보 지원 유세 이후 기자들을 만나 “선거 이후 지급하려 했던 재난지원금을 선거 전에 지급하라는 얘기에는 선거에 돈을 살포해 표를 얻겠다는 심사가 담겨있는 듯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권이 급하긴 굉장히 급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재난지원금을 이용해 표심을 사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정부가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총선을 하루 앞두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나눠줄 테니 줄 서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도대체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화 이후 이렇게 노골적으로 영향을 주는 행위를 일삼아 불공정 관권 선거 시비를 자초하는 대통령은 처음 봤다”면서 “북한은 미사일을 밥 먹듯이 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면서 코로나 홍보 이벤트는 매일 벌이고, 급기야 재난지원금까지 선거에 이용하는 이 정권이 과연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권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금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일단 소득하위 70% 대상자에게 먼저 통보 후 사전 신청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잦은 현장 일정으로 인한 ‘총선용 행보’라는 비판과 맞물려 논란이 증폭됐다. 더구나 이날 오후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특별화상정상회의를 진행한 점도 작용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총선 후보 등록 시작일이었던 지난달 26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다른 업무는 하지 말고,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업무에만 전념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편 재난지원금을 두고는 선거 막판까지 여야의 공방이 계속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 서울 광진 고민정 후보 지원 유세에서 “고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통합당은 이를 두고 “국모 하사금”, “추악한 매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민생당은 이를 “룸살롱 골든벨”로 표현해 또다른 논란도 일어나기도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광진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서울 광진을 오세훈 후보의 손을 맞잡아 들고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