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 꼭] 철불좌상·백자항아리…봄날에 만나는 '세월의 향기'
2020-04-14 08:00
古미술특별전 '봄·옛향기에 취하다'
도자기 300여점·서화 70여점 등 500점
다보성갤러리서 이달 29일까지 전시
도자기 300여점·서화 70여점 등 500점
다보성갤러리서 이달 29일까지 전시
“여보, 이리 와서 이것 좀 보세요.”
마음에 드는 고(古)미술 작품을 찾은 남편이 아내를 불렀다. 노부부는 한참을 작품 앞에 서서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눴다. 옛 작품은 자연스럽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미술 작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는 즐거워보였다. 세월이 담겨 있는 그들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빛나는 것이 있다. 고미술도 그중 하나다. 다보성갤러리는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1층과 2층에서 2020 고미술특별전 '봄·옛 향기에 취하다'를 이달 29일까지 연다.
특별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접한 듯한 유물과 작품이 많아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1층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백자철화운룡문호(白瓷靑畵雲龍紋壺)'다. 17세기 경기도 광주시 지월리 관요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용의 머리 부분이 달마의 모습처럼 해학적으로 표현된 점이 매우 흥미롭다. 구름 속 여의주를 집어삼키려는 용의 역동적인 움직임도 퍽 인상적이다.
다보성갤러리 관계자는 "이 불상은 통일신라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 전체에서 풍기는 인상과 주조기술, 조각기법 등에서 철불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전기에 만들어진 '분청자상감인면문매병(粉靑瓷象嵌人面紋梅甁)'은 특이하게도 사람 얼굴(인면)을 문양으로 넣었다. 인면을 넣은 도자기는 흔치 않아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13세기에 전남 강진에서 만든 것으로 짐작되는 '청자여래좌상(靑瓷如來坐像)'은 은은한 표면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개성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화로는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책가도 8폭 병풍(冊架圖 八幅屛風)'이 눈에 띈다. 다시점(多視點)을 채택한 다른 책가도와 달리 중앙에 초점을 두고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투시 기법을 적용해 그렸다.
갤러리 관계자는 "여섯 번째 폭에 그려진 물고기 조각은 거처에 머무는 귀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그린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며 "우리 조상들은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가 재물을 보호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목기 중에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하던 '궁중주칠삼층책장(宮中朱漆三層冊欌)'이 있다. 궁중에서 사용하던 삼층책장으로 손상된 부분이 전혀 없고 조각부분이 정교하다.
이외에도 교자상과 주칠삼층책장, 나전대모상을 비롯한 공중 고가구를 비롯해 서류함·나주반 등 옛 일상 가구들이 전시돼 있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대표는 "궁중 문화재뿐만 아니라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고서화와 자기들, 민중의 소박한 삶이 배어 있는 목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전시 수익금 중 일부는 코로나19 피해 지역의 의료지원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