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 ‘역대급’ 사전투표율, 선거에 미칠 영향은
2020-04-13 00:00
與 “코로나 성공 대처”…野 “정부 향한 반감”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과 11일 양일간 진행된 사전투표에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1174만2677명이 참여했다. 사전투표율은 26.69%로, 유권자 4명 중 1명꼴로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투표율 하락이 예상됐으나, 보기 좋게 예측은 빗나갔다. 오히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는 15일 총선 당일 투표자들이 몰리는 것을 피해 사전투표를 통해 ‘분산 투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도입 7년째를 맞은 사전투표율제 정착의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與野, 높은 사전투표율 ‘아전인수’ 해석
여야는 사전투표율을 놓고 각자 유리한 측면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대처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고 해석한 반면, 통합당 등 야권은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분노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코로나19 국난 극복,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열망하는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했다.
이에 반해 김우석 통합당 선대위 상근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중앙과 지방정부를 장악하고, 입법부인 국회마저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폭주가 가져온 폐해는 문재인 3년의 총체적 실패가 말해주고 있다”면서 “사전투표의 뜨거운 열기는 지난 3년 정권의 무능과 정책 실패, 오만과 독선을 타파하자는 민심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아전인수’격 해석과 별개로 실제 당일 선거투표율은 사전투표율의 영향을 받아왔다.
2000년 이후 실시된 총선 투표율은 16대 57.2%, 17대 60.6%, 18대 46.1%, 19대 54.2%, 20대 58.0% 등이었다.
이번 총선 직전인 2017년 대선에서는 77.2%,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60.2%의 투표율을 보였다. 두 번의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은 각각 26.06%, 20.14%였다. 본선거와 합산되는 구조상 사전투표율이 전체 투표율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전체 투표율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지난 총선 투표율(58%)을 넘어 60%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권자 ‘분노’ 향방 따라 결과 달라질 듯
통상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가, 높으면 진보가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예측이 어려워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이 높은 이유로는 누적된 실망이나 불만이 선거를 통해 폭발하는 ‘분노 투표’ 성향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면서 “이번 선거가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총선의 투표율은 이례적으로 60%를 넘겼다. 이른바 ‘탄핵 총선’이라 불렸던 당시 선거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반발한 유권자들의 ‘분노 투표’가 작용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72.7%에 달했다. 여론조사기관이 다르기는 했지만, 지난 20대 총선 때의 63.9%보다 8.8%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83.2%)과 40대(77.0%)에서 높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사다.
이에 따른 각 당의 선거운동 전략도 달라졌다. 여야가 뒤바뀌면서 민주당은 사전투표 독려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인 통합당은 각종 사전투표 캠페인을 통해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의 중심지인 대구가 전국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16.42%)으로 집계되면서 영·호남 투표율 차이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