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과천 대장주 전세 3억원 가까이 '뚝'…"5월까진 하락세 이어질듯"

2020-04-06 15:13
판교·광교는 2억원 안팎 올라

"과천 전세가가 떨어지고 있어요. 그동안 너무 오른 감이 있는데 지금이 과천 전세가 조정기 같아요. 청약 1순위 거주요건이 바뀌면서 과천지식정보타운을 포기하고 여기서 전세를 살면서 동탄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6일 과천시 원문동 O공인 중개사의 말이다. 전세 품귀 현상을 빚는 서울 지역과 달리 과천의 전세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 청약을 위한 가수요로 인해 전세시장이 가열 양상을 보였지만, 청약 1순위 거주요건 강화와 대규모 입주 예정 물량이 몰리면서 전셋값이 떨어졌다. 

과천시 대장주로 꼽히는 원문동 '래미안슈르(과천주공3단지 재건축)' 전용면적 85㎡ 전세금은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보증금 10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지난달 7억2000만원(2층)까지 폭락한 것이다.

별양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역시 전셋값 하락세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증금 6억5000만원(1층)에 전세계약된 '과천주공4단지' 83㎡는 지난 2월 5억2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과천주공5단지 104㎡도 지난해 12월 보증금 10억5000만원(12층)에 전세거래됐지만, 지난 2월 7억원(7층)까지 떨어졌다. 

청약 1순위 거주요건 강화가 전세가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예비 청약자들이 주소를 과천시로 옮겨 1년 정도 거주한 뒤 과천지식정보타운에 공급되는 저렴한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에 청약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거주 요건이 2년으로 늘어나면서 물거품이 된 것이다.

여기에 대단지 입주가 대거 예정돼 전세물량 공급 증가가 예상되는 점 역시 전세가 하락을 견인했다. 올해는 이번 달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1571가구)과 갈현동 '과천센트레빌'(100가구), 12월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 등 총 3개 단지가 과천에 들어설 예정이다.

과천 S공인 대표는 "1500가구 대단지 입주가 예정되면서 기존 과천 지역 전세가 많이 몰려갔다"면서 "입주가 마무리되는 오는 5월 말까지는 전세가가 계속 떨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으로 특수성을 띠는 과천과 달리 다른 수도권 전세 시장은 전반적으로 큰 변화 폭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실물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수도권 전세 시장도 조금씩 하락하거나 보합에 머문다는 예측이 나온다. 

위례신도시의 전셋값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장지동의 '위례아이파크 1차' 전용 88㎡(18층)는 지난 2월 보증금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인 1월 7억원(9층)과 비교해 2000만원 가량 내려간 금액대다. 

테크노밸리인 판교와 광교신도시는 되레 전셋값이 올랐다. 판교에서도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백현동 지역을 살펴보면 대장주인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05㎡(9층)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10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8억원 대였지만, 꾸준히 상승하는 모양새다. 

수원지역 대장주인 광교신도시의 이의동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85㎡(10층)는 지난달 7억원에 전세 계약을 마치며 신고가를 찍었다. 직전 신고가는 지난해 12월 7억원(19층)이었는데 5억~6억원 대에서 머물다가 다시 올라간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전세 시장은 서울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수도권 전세가는 하락 또는 보합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공사 중인 과천시 갈현동 아파트 현장.  [사진=박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