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저리 대출로 그룹 경쟁력 확대 '제재'

2020-04-06 12:00
신공장 건축 위한 대규모 자금 저리 차입 지원
공정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00만원 부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시장 금리보다 13%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로 계열사에게 대규모 시설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그룹의 경제력을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예금 담보를 제공해 계열회사인 코스비전이 낮은 금리로 대규모의 시설자금을 차입하도록 지원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함께 아모레퍼시픽그룹 4800만원, 코스비전 48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코스비전은 2008년 1월 8일 법인으로 전환한 후 본격적으로 화장품 제조·판매 업무를 하던 중 2011년 10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00% 자회사로 계열 편입됐다. 코스비전이 제조하는 화장품은 모두 아모레퍼시픽 기업집단 내 화장품 판매계열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코스비전은 아모레퍼시픽 소속 화장품 판매 계열회사인 이니스프리·에뛰드 등의 매출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2013년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문제는 코스비전이 자력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코스비전은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이미 공장 신축비용 부담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한 상태였다.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필요한 담보 능력도 없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코스비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의 시설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자신이 보유한 우리은행의 750억원 정기예금을 무상으로 담보 제공했다. 그 결과 코스비전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산은으로부터 600억원의 시설자금을 1.72~2.01%의 금리로 총 5회에 걸쳐 차입할 수 있었다.

이 금리는 당시 산은이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담보 조건을 신용 조건으로만 변경하는 경우 제공할 수 있다고 코스비전에 제안한 개별정상금리보다 최소 13.7% 이상 낮은 수준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코스비전은 600억원에 이르는 규모의 시설자금을 차입받을 수 있었던 것에 추가해 낮은 금리 적용으로 인한 수익(1조3900억원)까지 얻는 등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지원으로 코스비전은 신공장을 건축해 화장품 제조·포장 능력이 40~50% 이상 증가했고, 제조 공정 자동화 등으로 품질이 향상됐다. 또 2016~2017년 국내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생산자개발생산(ODM)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소속회사가 생산계열회사 자력으로는 어려운 대규모 자금 저리 차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그 결과 경쟁 제한성을 야기한 사례"라며 "대기업집단이 계열회사간 부당한 지원행위를 통해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강화한 사례에 대해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