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업 쓰나미] ②美 금융시장 뒤흔드는 숫자…"가장 무서운 건 예측 불가능성"

2020-04-06 05:00
경제 대부분 차지하는 소비에 타격…부양책에도 주가 하락ㆍ국채 상승
"역사적 최악 올 것은 분명 …어디까지 악화할지 모르는 게 가장 두려워"

코로나19가 낳은 '실업 쓰나미'에 미국 전역이 떨고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미국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기업들이 일시 해고와 무급휴직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실업대란이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경제는 끊을 수 없는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 소비가 줄어 경기가 침체하고 실업자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충격 우려에 흔들리는 금융시장

지난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암울한 고용지표는 금융시장을 흔들어놓았다. 최근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놓은 천문학적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고용 수치 충격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69% 떨어졌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51%, 나스닥은 1.53% 내렸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비농업부문 고용 감소치(70만1000명)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조사치는 1만명, 마켓워치 집계치는 8만2000명에 불과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BBH)의 스콧 클레멘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숫자가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예측치보다 실제 수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지금 경제 지표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업률도 예상치인 3.7%를 크게 웃돌았다. 노동시장 참가율이 62.7%로 전월보다 0.7%p 떨어지는 등 세부적인 지표들도 부정적이었다.

예상보다 큰 충격에 국채 가격은 크게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3일 기준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599%까지 하락하면서 전 거래일에 비해 1.91%나 낮아졌다. 수익률의 감소는 국채 가격의 상승을 뜻한다. 실업 대란이 이어지면서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린젠 미국 금리 전략 대표는 "일자리 감소의 충격이 미국 국채 가격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상공인 지원 등 효과 낼까?···추가 부양책 필요 목소리 ↑

상황이 이러자 경제전문가들은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3월 고용지표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미국 고용시장은 더 크게 악화할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4월 지표에서는 미국의 일자리가 1000~1500만개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는 3월 중순까지의 상황만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본격화했기 때문에 4월 지표에서 실업대란 충격이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

실업대란이 장기화하면 경제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경제분석가들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올해 2분기(4~6월)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34% 하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다만 일파만파 확산하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정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으로 돌아갈 경우 3분기에는 19%가량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와 일반 상점 폐쇄 등 셧다운(봉쇄)이 해제됐을 때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처럼 실업률 충격이 커지면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더 많은 소기업 대출과 현금 지급, 실업 대책 등 추가 부양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현지 언론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3일 CNBC에 출연해 "현재 우리는 좋은 모델을 가지고 있다"면서 "(약 2조 달러 재정부양책은) 초당적이었고 대통령도 바로 서명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3500억 달러인 소기업 대출을 더 늘려야 하며 최대 1200달러인 개인들에 대한 현금 지급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은 주당 600달러 실업 수당을 추가 지급하는 것도 현재 기한인 7월에서 9월까지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의회가 대규모 인프라 지원, 추가 현금 지급, 주 정부 지원 확대, 의료 시스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4차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조 달러 규모의 3차 부양책에 포함된 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은 이미 집행되기 시작했다.

 

미국 미시건 주 그로스 포인트 우즈의 한 상점 창문에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주간 1천만 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는 1920~30년대 대공황 당시의 '실업 쇼크'를 웃도는 수치다.[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