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코로나19 사태 계기삼아 바이오연구산업 분야 병원이 ‘플랫폼’ 역할”

2020-03-20 06:00
3번 확진자 입원 닷새 만에 자체 진단키트 개발
산‧학‧정부간 협력…에코시스템이 글로벌 경쟁력 높여
연구개발 결과 상용화 앞당기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이 19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1번 확진자가 나왔다. 24일 2번 확진자가 발생했고, 26일 3번 확진자가 나왔다.

3번 확진자는 25일 저녁 늦게 명지병원(경기 고양시) 응급실로 이송됐다. 명지병원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날로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받는 것이 다섯 번째였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엔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신종’ 바이러스였기 때문에 어떤 정보도 없었다. 실수 한 번으로 메르스 사태처럼 병원 내 감염도 발생할 수 있어 병원 측은 신경을 곤두서며 대응했다.

명지병원은 우선 검체 채취를 진행하고 3번 확진자를 응급센터에 소속된 음압격리병상에 머물게 했다. 이튿날인 26일 양성 판정을 확인한 후 병원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56)은 19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3번 확진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행운’이라고 뜻밖의 소회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번 확진자를 맡게 돼 코로나19에 대해 조금 더 빨리 알게 됐고 자체 진단키트를 개발하며 (병원 내)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이른 시간 내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이는 빠른 진단키트가 신속히 만들어져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검사가 가능했고 이에 따른 조기 발견과 격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병원도 3번 확진자가 입원한 후 닷새 만에 자매회사와 함께 자체적인 진단키트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질병관리본부로 검체를 보내 매번 결과 확인을 받아야 했는데 보통 24시간 걸렸기 때문에 환자와 직원들의 모니터링을 위해 자체 연구용으로 시험 테스트를 했다. 격리병동에 들어갔던 의료진들이 테스트 결과로 자신이 안전하다는걸 초기에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은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였던 31번 확진자가 등장하며, 불과 2주 만에 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서둘러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검사를 실시해 대응에 나섰다. 신천지 신도는 대구‧경북 기준 약 1만명이다. 현재 대구‧경북 신천지 신도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 같은 성과의 바탕엔 한국의 빠른 진단키트가 있었다는 게 세계적인 평가다. 질병관리본부는 하루 이상 걸리는 검사 시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유전자 염기서열로 현재 피시아르(PCR)검사라고 불리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검사법을 민간에 공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적용한 진단키트를 긴급 사용 승인했다. 민간업체들은 진단키트를 속속 현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RT-PCR은 검사 대상자의 인체에서 추출된 가래 등 검체의 유전자(DNA)를 증폭시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공식 검사 방법이다.

한국에선 현재 드라이브 스루(자동차 이동형 선별진료소)를 포함해 전국 633개 진료소에서 하루에 2만명을 검사할 수 있다. 채취한 검체는 118개 실험실에서 1200명의 전문가가 분석해 6시간 정도 후면 결과가 나온다.

명지병원도 3번 확진자와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자매 바이오 회사인 캔서롭과 함께 진단키트 개발 및 상용화에 착수했다. 캔서롭은 지난 1월 말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하고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체외진단제품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이후 유럽체외진단기기(CE-IVD) 인증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출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빠른 상용화를 위해 중국 및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지역 파트너사와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 이사장은 “캔서롭 잔단키트에 적용된 내부통제(Internal control)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시한 기준을 준수했다는 점에서 승인에 경쟁력이 있다”라면서 “또 진단키트를 만드는 데 있어서 효소가 제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캔서롭은 이 효소를 9년째 자체 생산해 원가가 타사보다 반절이란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바이오연구개발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이번을 계기로 병원과 산업, 학계, 정부가 맞물려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가 연구중심병원 지정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병원, 기업, 학계 등이 융합이 안 돼 기초연구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장은 “연구‧개발‧임상‧투자 전 주기를 아우르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생태계가 조성돼야 (이번처럼) 진단키트 빨리 만들어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의료현장과 기업이 융합되기 위해선 병원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연구개발 과정에서 연구진과 임상시험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 병원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치료를 받았던 3번과 17번 확진자는 퇴원 일주일 만에 병원을 재방문했다. 치료 항체개발을 위해 30cc의 피를 기부하기 위해서였다”라면서 “환자를 돌보는 병원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 병원은) 진단키트에 이어 이번엔 의료기기 업체와 손잡고 코로나19 인공지능(AI) 진단 서비스를 이달 말에 선보일 예정이다. 장기적으론 코로나19 의료데이터와 PCR 데이터를 통해 예후 예측까지 시도해 볼 계획”이라며 “바이오연구산업 분야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는 병원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음은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과 코로나19 전망에 대한 일문일답.

-코로나19, 향후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우리나라는 4월 달에 들어서면 진정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지역감염이 상당히 계속될 수 있다. 다만 완만하게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4월 달에 피크를 찍고 5월쯤 진정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여름 정도에 어느 나라에서 또 코로나19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름이 호주와 남아프리카에서는 겨울이다. 그때 그 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코로나19는 메르스나 에볼라처럼 특정지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한국 역시 돌아오는 겨울을 조심해야 한다. 각국 정부 수장들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짜는 이유다.

결국 전세계 대유행은 일시적 사태가 아닌 것이다. 향후 2~3년 이상 그 파장과 후유증이 연결되고 각국의 이동과 여행 교역 등에 근본적인 변화와 제약이 따를 것이다. 검역체계 등 방역시스템과 감염병 치료뿐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중장기적인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인가.

“현재 국면 전환을 해야 한다. 코로나19에 종식은 없다. 메르스 때와 다르다. 메르스 때의 패러다임을 코로나19에 적용하는 것은 오류다. 메르스 대응의 기본 전략과 신종플루 대응 전략을 합쳐 동시에 같이 가야 한다.

앞으로 2~3년을 내다보면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특히 현재는 지역별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전원 등을 결정하는 판단의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이 판단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아니라 지역별 거점 병원에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야 중증환자는 병원에서 케어하고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로 보낼 수 있다. 병상이 부족해서 대구와 경북의 환자들이 자택에 머물렀던 것이 아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처럼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려할 때다.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는 구조로 가야 한다. 언제까지 학교를 휴교할 것인가. 4월 중순 이후 일상으로 복귀를 준비하는 한편, 향후 2년 이상을 내다보며 코로나 장기 대응전략을 짜야한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프로필

△ 1964년 출생
△ 1992년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 2002년 인하대 대학원 의학석사
△ 2006년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 2009~현재 의료법인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이사장
△ 2018~ 현재 주식회사 캔서롭 대표이사 회장
△ 2012년 5월 ~ 현재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
△ 2014년 3월 ~ 현재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이사장
△ 2012년 2월 ~ 현재 대한재난의학회 이사
△ 2011년 3월 ~ 현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위기관리대책 전문위원
△ 2017년 9월 ~ 현재 아시아 항암바이러스협회 초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