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법인세 내리는데…총선 후 '인상 카드' 만지작

2020-03-11 16:43
"재정 확보 위해 법인세 인상 또는 범위 확대 고려"
미국·일본 비롯한 세계 주요국 행보와 역행 지적도

정부가 법인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프랑스 등 주요국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일제히 법인세를 낮추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정부와 국회 안팎에선 4·15 총선 이후 법인세 인상을 점치고 있다. 세수 '흉년'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예산 대비 1조3000억원의 세수가 펑크 난 데 이어 올해 첫달부터 6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코로나19도 변수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걷어야 할 세금을 292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288조8000억원으로 낮췄다. 그런데도 경기 위축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소득세·부가가치세와 함께 나라 살림을 떠받드는 3대 축 중 하나인 법인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려는 이유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발표회'에서 "재정 확보를 위해 법인세 세율 상향과 단순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법인세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지방소득세 포함)로 높였다. 현재 법인세율은 △기업 소득 200억원 초과 구간 22% △3000억원 초과 25%를 적용하고 있다. 여당은 25%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을 '500억원 초과'로 넓혀 대상 기업을 크게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법인세 세율 최대 5% 인하 등을 포함한 감세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맞섰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27.5%(지방소득세 포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9%)을 웃돈다. 3년도 안 돼 정부가 법인세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저성장·저출산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 자연스럽게 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법인세 인상 기조는 해외 주요국과 역행한다. 최근 5년 동안 OECD 36개 회원국 중 법인세율을 낮춘 나라는 16개국이다. 미국은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9%로 한 번에 13%포인트나 인하했다. 일본은 2012년 39.5%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2018년에는 29.7%로 낮췄다.

이는 세율을 인하해 기업 활동을 독려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법인세 인하는 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다시 들어오게 해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기업의 조세 회피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법인세율 인상이 곧 세수 증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되레 법인세 인상이 세수 위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법인세 수입은 72조1743억원으로 세입 예산(79조2501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면서 정부 예상보다 7조원가량 덜 걷힌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비교해 법인세 과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법인세 부담 수준은 3.6%다. 이는 전체 회원국 중 8위로, OECD 평균보다 0.7%포인트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