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IF] ‘소비 빙하기’ 깬 르노삼성 'XM3' 비결... 밀레니얼세대 ‘감성’

2020-03-16 06:30
착한 가격과 디자인, 단숨에 마음 끌어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 ‘수준급’, 연비도 ‘최고 수준’

디자인, 가격, 크기 등 각양각색의 자동차. 그만큼 타는 이의 취향에 따라 같은 자동차라도 호불호가 분명하다. 자동차 회사가 강조하는 타깃 층으로 빙의해 '시승기 IF'를 쓰려는 이유다. 가뜩이나 주관적인 시승기가 더욱 치우쳐질 가능성이 있지만, 해당 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일한 지 1년이 지났다. 31살, ‘뚜벅이’ 인생을 벗어나기 위해 큰맘을 먹었다. 실수령 월급 250만원이지만, 월세 등 이것저것 비용을 빼고 나면 자동차에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70만원 정도였다.

예산 범위에서 지인들이 추천하는 자동차는 국내 소형 엔트리급 모델이었다. 스타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니 그 범위가 더 좁혀졌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디자인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브랜드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마침 이 회사가 최근 몇 년간 신차를 내지 않다가 지난 3일 야심차게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가 눈에 들어왔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착한 가격과 디자인, 단숨에 마음 끌어

무엇보다 가격이 착했다. XM3는 1.6GTe 모델이 1719만∼2140만원, TCe260 모델이 2083만∼2532만원이다(개별소비세 1.5% 기준). 가장 비싼 모델도 36개월 기준으로 월 50만원대에 살 수 있으니, 예산 범위 내에 있었다. 기름값 등 유지비를 포함하면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차종인 기아차의 소형 SUV ‘셀토스’는 1881만∼2865만원, 한국지엠(GM)의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1910만∼2711만원 수준이다.

시승을 위해 지난 5일 서울 한강 잠원지구에서 만난 XM3는 첫인상만으로 이거 ‘내 것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가볍지만, 세련된 디자인부터가 그랬다. 차고는 낮추면서 뒷모습은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한 게 신의 한수로 보였다. 전면 중앙에 르노삼성차를 강조하는 커다란 '태풍의 눈' 로고와 양쪽 헤드램프를 잇는 날렵한 전면 그릴도 인상적이었다.

자동차에 오르니, 10.25인치형 맵인 클러스터와 9.3인치형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주인을 반기는 듯했다. 특히 9.3인치형 디스플레이는 딱 태블릿처럼 생겨 조작하기 쉬웠다. 터치 반응도 느리지 않아 답답하지 않았다. 더불어 내장재도 비교적 고급 소재를 사용해 엔트리급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줬다.

공간도 충분했다. 소형차들은 대부분 2열에 앉았을 때 무릎과 닿아 불편하다고 하지만 XM3는 달랐다. 평소 캠핑을 좋아해 2열을 접어 ‘차박’이 가능한지 누워보니 180㎝의 성인 둘도 충분히 잘 수 있을 듯했다.

실제 스펙을 살펴보니 XM3는 길이 4570㎜, 휠베이스 2720㎜로 동급 최대 크기이면서 높이는 186㎜로 동급 최저였다. 트렁크 용량의 경우 513ℓ로 동급 최고를 자랑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내부.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 ‘수준급’, 연비도 ‘최고 수준’

이날 시승은 잠원지구에서 경기 양평의 한 카페까지 약 200㎞ 왕복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에 앞서 미숙한 운전을 보조해줄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EPA)부터 작동해봤다. 렌터카를 이용해 운전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엔트리급 소형 SUV 중 EPA가 적용된 것은 XM3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 자동차를 눈여겨본 또 하나의 이유였다.

주차장의 주차 라인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자 자동차 내 센서가 주차 공간을 인식해 디스플레이에 영어로 주차를 뜻하는 ‘P’를 표시했다. 이후 핸들에서 손을 놓았지만 알아서 해당 공간에 주차를 끝냈다. 일단 처음 사용해보는 것이라 서툴렀으나 익숙해지면 충분히 도움이 될 듯했다.

드디어 기다렸던 도로주행에 나섰다. 시승차는 TCe 260 모델로 했다. XM3의 특장점으로 꼽히는 엔진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였다. 이 차량에 적용된 신형 4기통 1.3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TCe 260)은 르노와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엔진이다. 독일 게트락(GETRAG)의 7단 습식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이 최고 출력 152마력(ps), 최대 토크 26.0㎏·m의 힘을 낸다.

다만 새 차라서 그런지 그 성능이 속도 구간별로 차이가 있었다. 저속과 고속으로 전환될 때 약간 차가 튀어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단점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툭툭 튀는 가속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 밖에 정숙성 등은 가격 대비 훌륭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이탈방지 보조시스템(LKA), 후방 교차 충돌 경보시스템(RCTA) 등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도 준수한 편이었다. 특이점은 일반적인 자동차의 경보 시스템과 달리 운전자를 놀라지 않게 했다는 점이었다. 경고를 인지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 '조작이 미숙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최종 주행 연비는 15.2㎞/ℓ로, 공인 복합연비 13.7㎞/ℓ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평소 연비주행을 하는 습관 덕분이기도 하지만, 차량의 성능도 뒷받침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 자동차면 되겠다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XM3의 사전계약이 입증했다. 지난 5일까지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불과 13일 만에 6000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을 성공적인 신차와 함께한다는 자부심이 저절로 생겼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