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韓 유럽법인도 예의주시...입국제한 장기화할까 우려
2020-03-10 17:41
재계, 현지 맞춤형 ‘컨틴전시 플랜’ 수립 통해 대응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현지화 돼있어 큰 문제 없어
"사태 장기화하면 신규투자 차질 불가피"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현지화 돼있어 큰 문제 없어
"사태 장기화하면 신규투자 차질 불가피"
#이슬람에 건강 보조식품을 수출하려던 국내 A사는 터키 바이어와 4월 최종계약을 앞두고 입국 제한으로 미팅이 어려워졌다. 다 된 계약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A사는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서 미팅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인 B사는 터키에 세계 최장 다리를 건설 중이다. B사는 코로나19로 인해서 국내 직원의 출장이 전면 금지돼, 미리 현지 파견된 직원들만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완공 일정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베트남에 이어 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많은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한편 유럽 전체로 확산될 경우,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에 TV와 가전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 지역에 70곳의 판매법인이 있다. LG전자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생산법인과 지역별로 수십 곳의 판매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오랫동안 현지화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많이 나온 이탈리아 법인은 이번 주까지 재택근무를 한다”며 “동유럽 생산법인은 확진자가 적기 때문에 국내와 마찬가지로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터키는 외교적으로 가장 높은 단계인 입국금지 조치를 한 상태다. 또 슬로바키아와 우즈베키스탄,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국가는 입국 후 14일간 격리조치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사태가 자칫 3개월 이상 길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직원이 현지인이기 때문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며 “생산은 문제가 없지만, 입국이 제한돼 있어서 신규 투자는 사실상 할 수 없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한 터키는 현재 확진자가 0명이다. 터키 정부는 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5개국에 대해서 입국제한 조치를 내리며 코로나19 방역에 나서고 있다.
주 터키 한국대사관에서 경제를 담당하는 박준영 참사관은 "터키 정부가 확진자를 막기 위해서 강력한 입국제한 정책을 펼치는 중"이라며 "한국에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현대차와 포스코 등 기업이 현지 출장중인 직원의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진기지를 운영 중인 배터리 업계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폴란드와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당장 확진자 수는 적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방역을 강화하는 추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재 임원과 공장장 재량에 따라 차량과 공장 등을 방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국내 전 직원의 출장이 금지돼서, 당분간은 진행하던 사업이 차질 없도록 신경쓰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철강·건설업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터키와 슬로베니아, 폴란드 등에 가공센터와 물류법인 등을 운영 중이다.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사는 터키와 사우디 등 중동에서 수주한 건에 대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터키와 중동 등 공사는 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초기 단계라서 코로나 영향이 적지만, 장기간 본사 출장 제한이 걸리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