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떠난 김정은, 화력타격훈련 또 지도…무력도발 계속될까

2020-03-10 16:22
北 '발사체 발사' 자위적 국방력 강화 주장…도발 계속될 듯
단, 美 심기 건드리는 'ICBM 발사' 레드라인 넘지 않을 전망
"김정은, 정치국 확대회의 전후 평양 떠나 동해안 일대 체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도 일주일 새 두 차례나 화력타격훈련장을 찾고, 발사체 발사를 직접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초대형방사포 발사 등 북한의 군사훈련이 계속 이뤄질지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조선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다시 지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강원도 원산에서 초대형방사포 2발을 발사한 화력타격훈련을 직접 지도한 바 있다.

수도 평양을 떠나 지난달 28일 인민군 합동군사훈련장을 현지 지도한 김 위원장이 일주일 사이에 2차례나 화력타격훈련장을 방문하고, 초대형방사포 등 발사체 발사를 직접 지시한 것이다.

특히 전날 발사체 발사는 지난 4일과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코로나19 관련 위로 서한을 교환한 지 4일 만에 이뤄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참석한 이번 훈련이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이 아닌 포병부대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도 발사체의 종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통신이 ‘또다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이라고 표현한 것을 근거로 초대형방사포 2발을 발사한 지난 2일 훈련과 비슷한 수준의 훈련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에 이동식발사차량(TEL) 탑재 원통형 발사관에서 600㎜급 추정 초대형방사포 발사 장면이 담겨 초대형방사포 발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발사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이뤄졌고, 올해는 지난 2일과 9일까지 총 6차례가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현지에서 자신을 맞이한 총참모장인 박정천 육군 대장에게 직접 전투상황을 지시하고 훈련을 지켜봤고, 훈련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포병훈련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가야 한다”며 “포병훈련의 질을 높이고 실전화하기 위한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향후 이런 수준의 군사훈련이 지속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다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 위원장의 훈련 지도 모습. 박정천 군 총창모장만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 등 국제사회의 지적에도 북한의 군사훈련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현재의 발사체 발사를 자체 방위를 위한 훈련이라고 규정하는 만큼 당분간 초대형방사포 발사 등 저강도의 군사훈련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발사에 대해 미국 측의 입장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북·미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열어둔 북한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선에서 내부결속, 정면돌파전 동력 강화에 목적을 둔 군사훈련을 계속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다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훈련 사진으로, 170㎜ 자주포로 추정되는 무기가 여러발 발사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 시도에 대해서는 누구든 시비 걸지 말라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의 이런 원칙적이고 완고한 태도를 고려하면 우리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할수록 북한은 더 신속하게 군사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정부의 대북 대응책 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 발사는 군사적인 정면돌파의 원칙과 방향하에서 내부적으로는 안보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군사훈련은 자위적 방어훈련으로서 국제사회의 비판대상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 교수는 북한이 3월 말, 4월 초에 판정훈련을 명분으로 단거리 발사체 추가로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 평양에서 벗어나 동해안 일대에서 일정 기간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주재 전후로 평양에서 동해안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국 확대회의 개최 일자와 장소를 발표하지 않아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정치국 확대회의와 포병훈련 이런 것들이 긴밀히 연이어 있다”며 정치국 확대회의가 평양 이외에서 열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