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중국, 하루 마스크 1억장 생산...바닥난 MB 부직포
2020-03-10 07:57
마스크 핵심 필터 소재…마스크 생산량 못 따라가
기업마다 MB 부직포 구하기 '혈안'…가격 10배 이상 급등
기업마다 MB 부직포 구하기 '혈안'…가격 10배 이상 급등
“만두를 빚어야 하는데 밀가루가 없는 상황이다.”
중국 허베이성 한단의 한 마스크 생산 공장 사장의 한탄이다. 그는 마스크의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 멜트블로운(Melt-Blown, MB) 재고가 거의 바닥이 났지만, 도무지 추가 물량을 구할 수가 없어 결국엔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됐다고 최근 중국 현지 언론인 상하이증권보를 통해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1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생산량이 1000만장에도 못 미쳤던 중국 내 마스크 생산량은 현재 1억장이 넘는다. 너도나도 늘어난 마스크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면서다. 자동차 기업(비야디), 스마트폰 기업(폭스콘), 정유 기업(시노펙)까지 업종 불문하고 마스크 생산에 나섰다. 현재 업종을 전환해 마스크에 새로 뛰어든 기업만 3000여곳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달 전국적으로 6000대 마스크 생산기계가 새로 가동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마스크 생산 기계가 있다고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MB 부직포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중국 화하시보는 10대 마스크 생산 기계가 하루 소모하는 MB 부직포가 1톤 남짓이라며, 6000대 마스크 생산기계가 추가 가동되면 하루 600톤의 MB 부직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통 MB부직포 1톤으로 만들 수 있는 일회용 평면 마스크는 100만장, N95용 마스크는 30만장 남짓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로 현재 MB 부직포 생산량이 마스크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 MB부직포 생산설비의 60%가 후베이성 셴타오(仙桃)에 몰려 있다. 후베이성은 코로나19 전염병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정상적인 생산은 물론 물류 운송도 어려운 상황이다.
MB 부직포는 폴리프로필렌(PP)을 고온으로 녹인 후 고압의 바람으로 가늘게 실을 뽑아내 늘리고 붙이는 멜트블로운 공법을 반복해 만드는 초극세 부직포 섬유다. 생산공정 기술이 워낙 까다로워 마스크처럼 쉽게 생산하기도 어렵다. 마스크 생산 비용의 70%가 MB 부직포에 투입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과기일보에 따르면 MB 부직포 생산라인 하나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800만 위안(약 13억원)이다. 게다가 생산설비 구매도 모두 예약 주문으로 이뤄진다. 실제 주문예약 후 설치, 가동, 납품까지 중국산 기계는 3~4개월, 수입산 기계는 이보다 더 긴 6~8개월이 걸린다고 린옌웨이 중국 차오메이 일용품 회사 총 경리는 전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MB 부직포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까지만 해도 톤당 1만~3만 위안하던 가격은 최소 10배 이상 뛰었다. 많게는 톤당 40만 위안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각 마스크 공장마다 MB 부직포를 구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지경이다.
최근 마스크 생산에 뛰어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도 MB 부직포를 구하기 위해 직원을 대대적으로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을 통해 마스크 공장 사장들이 MB 부직포 납품업자에 무릎을 꿇고 구걸하다시피 ‘삼고초려’를 해서 간신히 재고를 확보했다는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만큼 MB 부직포 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은 마스크 생산대국이지만 MB 부직포 생산대국은 아니다. 중국 산업용방직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 MB 부직포 생산설비 능력은 8만3240톤, 실제 생산량은 5만3523톤이었다. 2018년 12월 말까지 중국 내 MB 부직포 생산공장은 61곳, 생산라인은 136개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