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외교부, 이란 교민 100여명 전세기 철수 추진(종합)

2020-03-08 17:58
수요조사 진행 중…이르면 이번주 투입
美 제재로 '국적기 바로 투입' 어려워
UAE·카타르 등 제3국 거쳐 귀국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 중인 이란에 정부가 이번 주에 전세기를 투입, 교민 등을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이란에 거주하는 교민과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국행 전세기에 탑승할 의향이 있는지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6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4747명, 124명 발생했다. 중국, 한국, 이탈리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 거주하는 교민과 주재원은 22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귀국한 인원을 제외하고 100명 안팎의 인원이 전세기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가급적 이번 주 내에 이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이란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탓에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한국 여객기를 바로 투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3국 항공사와 전세기 활용 가능성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이란에서 이란 또는 제3국의 항공기를 이용,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 등 주변국으로 이동한 후 이곳에서 국적 여객기로 교민들을 철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오후 비공식 브리핑에서 "제재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자국민 철수는 인도주의적 일이라 제재 때문에 해야 할 것을 못 하는 상황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우리 교민을 태운 항공기가 이란발(發) 입국을 제한하는 주변국으로 이동할 경우 교민들이 격리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이란에서 나갔는데 또 격리되면 곤란하니 그런 일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하순부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주변국이 이란발 여객기 착륙을 일시 금지했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는 러시아 모스크바 및 카타르 도하 노선만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란 교민은 귀국 즉시 지정 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다.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14일간 격리되고 증상이 없더라도 14일간 자가격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중국 우한(武漢) 거주 한국인과 일본 크루즈선에 탑승한 한국인 승객을 각각 전세기와 대통령 전용기로 귀국시킨 바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철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