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와 행정조사는 목적·범위 달라…“범죄 의심되면 수사해야”

2020-03-08 13:59

검찰은 언제까지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미룰 수 있을까?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방역당국의 행정조사로 필요한 자료는 충분히 확보된 것일까?

신천지교회에 대한 강제수사에 검찰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지난 4일 방역당국의 행정조사가 먼저 실시됐다. 이날 행정조사로 신천지 신도명부 등 필요한 자료가 대부분 확보돼 더이상의 수사가 필요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의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대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천지 강제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방역방해를 입증해 처벌하기 위한 것이며 (신천지의) 협조를 강제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방역당국의 행정조사 외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을 위한 행정조사와 범죄수사는 다른 만큼 범죄가 의심된다면 검찰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천지가 지금도 방역당국을 속이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는데다 조직적으로 방역을 회피하거나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행정조사는 (당국에서) 행정적인 처리를 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며 “검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범죄 여부에 대한 증거를 판단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범죄정황이 뚜렷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신천지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방역에 지장도 초래하고 있지만 아직은 조직적이고 고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여론은 물론 법무부의 지시나 청와대의 요구가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현직 검사인 진혜원 검사는 '적극적이고 격렬한 부작위'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려 검찰수뇌부를 비판했다. 진 검사는 게으름을 피우는 고양이 사진과 함께 "적극적이고 격렬한 어떤 기관이 생각난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사실상 검찰수뇌부가 수사를 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이고 격렬하게' 명분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진혜원 검사 SNS]
 

신장식 변호사(법무법인 민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이 자료를 좀더 빨리 확보했어야 했다"면서 "적절한 시점을 찾는다고 하다가 강제수사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강제수사를 하려 했는데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수사착수가 더 늦어지게 됐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보면 '더이상 수사가 필요없다'는 주장은 '시기를 놓친 검찰의 뒷북 변명'일 수밖에 없다.     

앞서 신천지가 대구시에 제출했던 자료에 교육생 등의 명단이 빠졌다. 대구시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교육생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신천지는 교육생은 아직 신천지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지검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고의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2번이나 기각한 상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5일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행정명령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수사기관의 강한 조치가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신천지가 1100개 시설명단을 공개했지만 실제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부동산 개수 1529개와 차이가 있으며, 중요한 위장교회 수십 곳을 누락해 발표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신천지가 공개하지 않는 장소와 신도가 계속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부산에서도 신천지 측의 비협조로 온천교회 등 일반개신교 교회로 코로나19가 번지게 된 원인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의 강제수사로 확보한 자료는 방역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을 부추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압수수색 결과물을 방역에 사용하는 것이 문제되니 압수수색을 하지 말자는 것은 해괴한 주장이다”라고 일축했다.
 

지난 5일 과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본부에 대한 행정 조사를 마친 이강호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장(왼쪽) 등 정부 조사단이 시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