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속 신천지의 전도방식…법원 "협박행위와 유사"

2020-03-08 13:06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교 4학년 A씨는 계절학기 중 같은 수업을 듣게 된 B씨와 친해진다. 학기의 중반이 지날 무렵 B씨는 자신도 4학년이고 취업에 관심이 많다며 바깥에서도 취업 스터디 그룹을 만들 것을 권유한다.

알고보니 B씨 역시 A씨와 같은 분야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취업준비가 적잖이 힘들었던 A씨는 B씨와 함께 공부를 하기로 하고 스터디 그룹을 만든다. 

취업스터디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학교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나중에 B씨는 자신의 집 근처 카페로 A씨를 불러들였다.

어느 날, 보통 때처럼 스터디를 하는 중 B씨는 카페로 들어온 손님과 갑작스레 인사한다. 우연찮게 만난 친한 지인인데, 최근 공기업 마케팅팀에 취업했다는 것. 자연스럽게 스터디를 도와준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그 손님은 새로운 멘토가 됐다. 

당황스런 면이 없는 것 아니었지만 현직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은 쓰지 않았던 A씨. 하지만 취업스터디의 성격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 그 때부터 친구의 입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단어는 '교회'와 '성경'이었고 얼마안가 취업스터디는 '성경공부'가 됐다.

성경을 가르쳐주겠다는 말까지 나오자 그때서야 속았다는 것을 안 A씨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성경공부' 운운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2인 1조로 같이 다니면서 '개종'을 권유하는 '신천지'인데, A씨에게 쓰던 수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용하더라는 것. 심지어 '공기업'에 다닌다는 B씨의 지인은 그런 곳에 취업한 사실도 없었다.

◆ 강제·속임수 동원한 '전도행위'는 '불법'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종교적 행위의 자유 및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 3요소를 인정한다.

쉽게 말해 한 교회의 목사가 설교를 통해 타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이것이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 다른 종교의 신자에 대하여 개종을 권고하는 것도 사실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상대방이 전도를 거부할 경우 강제로 받아들이게 하는 행위, 혹은 속임수로 개종을 유도하는 행위 등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즉 '나의 종교의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된다. 할 수 있다는 것.

법원에서도 이런 식의 '속임수 개종유도'나 '강제개종'을 두고 불법성을 인정한 바 있다.

◆ 법원도 인정한 불법… 신천지의 '강제개종'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1단독 안동철 판사는 지난달 14일 신천지에서 탈퇴한 3명의 전 신천지 교인들이 신천지 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C씨 등 3명은 2012년 초부터 2018년 9월까지 전임사역자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신도로 활동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대상자가 정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하여 신천지 교인들이 신천지예수교회 소속이라는 것을 은닉한 채 대상자에게 배려와 친절을 베풀고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주위 사람과도 그 관계를 끊게 하거나 악화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상자가 신도로 포섭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행했고, 이전까지 베풀던 친절과 호의 등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에서 불안심리 등을 이용해 사실상 자유의지를 박탈한 상태에서 신천지 신도가 되도록 유도했다"고 봤다.

이를 통해 재판부는 헌법에서 보호하는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 사기범행의 기망이나 협박행위와도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