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주유소 사들인 현대오일뱅크 “다 계획이 있었네”

2020-03-05 18:02
GS칼텍스 제치고 업계 점유율 2위로 단숨에 올라
수도권 점유율 높아져...충전소·상업시설 실익 기대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를 대거 품었다. 업계는 주유소 점유율 판도 변화를 예측하지만, 실익을 꼼꼼히 따진 현대오일뱅크의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

5일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과 협상을 진행해온 직영 주유소 매각 계약과 이사회 의결을 마쳤다고 전날 공시했다. SK네트웍스는 다음달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6월 1일 사업 이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야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매매 대금은 총 1조3321억원이다. 코람코 자산신탁(3001억원), 코람코에너지플러스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9652억원), 현대오일뱅크(668억원) 등이 각각 분담했다.

계약에 따라 코람코가 석유제품 소매 사업 관련 부동산을,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영업 자산·인력을 각각 인수했다.

이로써 앞으로 SK네트웍스가 소유하던 직영주유소와 임차주유소 총 302개를 현대오일뱅크가 운영한다. 코람코가 매입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199개를 현대오일뱅크가 10년간 임대 운영하고, SK네트웍스 임차 주유소 103개는 현대오일뱅크가 직접 인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국내 주유소 점유율 순위에 변동이 생기게 된다. 올해 2월 기준 주유소 순위는 △SK주유소(SK에너지, SK네트웍스) 3402개 △GS칼텍스 주유소 2361개 △현대오일뱅크 2237개 △에쓰오일 2154개 순이다.

이번 인수로 현대오일뱅크는 총 2539개 주유소를 확보, 사상 처음으로 단숨에 업계 2위에 오르게 된다. 업황 자체로 보면 이번 주유소 인수는 실익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주유소는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나빠져 지난 10년간 매년 감소 추세다.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에 설치된 상업시설(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 [사진=SK네트웍스 제공]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기존에 열세였던 수도권 파이를 늘렸다는 점이다. SK에너지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던 현대오일뱅크 수도권 포트폴리오가 금세 채워진 것이다. 이번 인수로 확보한 주유소의 60%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특히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상당수가 강남구, 서초구, 영등포구 등 서울 시내 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를 통해 주유소를 상업 시설로 전환할 경우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늘어나는 친환경 차량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새로 인수한 주유소에 수소차나 전기차 충전소를 붙일 수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수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도 있다.

또 도심 내 배달 거점으로 사용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쿠팡과 로켓배송 거점으로 주유소를 활용하는 물류 협약을 맺었다. 개인창고 서비스인 ‘셀프 스토리지’ 도입 등 주유소 유휴 부지를 신사업과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그간 경쟁사에 비해 입지가 양호한 주유소가 부족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인수로 고민을 덜게 됐다”면서 “수익성 높은 고급휘발유 등 판로를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