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공주' 김여정, 대남 비난 전면에…걷어차인 文 대북정책

2020-03-04 16:49
뒤늦게 상황관리 나선 정부···“따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
文 정부, 협력사업에도 ‘먹구름’···“대북 전략 재점검해야”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우호 인사로 꼽히던 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경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4일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의 직접 대남 비난 담화 발표가 소강국면에 직면한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남북 간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에도 막대한 차질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뒤늦게 상황관리 나선 정부···“따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 평가에 말을 아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따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며 이어 ‘남북 간 상호존중’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놨다. 그러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상황 분석 중이지만, 담화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했다.

정부는 남·북 관계가 소강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의 올해 첫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등을 계기로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섣부르게 대응했다가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전날 저녁 늦게 발표된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화력타격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과 한·미연합훈련 연기에만 초점을 맞추며 청와대를 비난했다. 이는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남측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첫 대남 담화 내용은 사실상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남측 정부에 대한 최고 수준의 불만과 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김정은 명의의 비난 담화를 내놓지 않은 것은 우리 측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북한은 이번 김여정 담화를 통해 우리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화 재개나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文정부, 협력사업에도 ‘먹구름’···“대북 전략 재점검해야”

이 때문에 통일부의 ‘2020년도 통일부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담긴 대북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전날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북한 개별관광’, ‘교류협력 다변화·다각화 등을 통해 남·북 간 공간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북한이 김여정 명의(사실상 김정은의 의중이 반영)로 청와대 행태에 대해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묘사하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고 조롱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이번 화력전투훈련을 코로나 정국 등을 고려해서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해 자위적 훈련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측 청와대에서 자동응답기처럼 훈련 중단을 요구한 데서 크게 자극을 받은 것으로 읽힌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 전략이나 메시지에 문제가 없었는지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의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단거리 발사체 분야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우리가 북한이 정규훈련 과정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에 대해서까지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남·북관계의 관리와 개선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대북 메시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긍정적인 신호로도 해석해 주목을 받는다.

김 위원장의 새해 신년사 등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던 북한이 대남 메시지를 발신했고, 이 담화가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매체에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이다.

또 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분리해 대응한 것 또한 남·북 정상 간 관계 개선 여지를 남겨둔 메시지로 분석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대통령과 청와대를 분리했다는 점에서 수위조절도 엿볼 수 있다”며 북측의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